재계는 이번 경제팀 개편에 대해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국내 경제상황이 최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위기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출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국제수지적자가 1백억달러를 넘어섰고
주식시장은 활력을 잃은 채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금리도 다시 들먹거려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며 노동법 개정 문제
등을 두고 노사간에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요란하게 추진해온 행정규제완화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규제들이 등장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업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기업들의 "한국탈출"
현상까지 운위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했기에 이번 개각에 거는 재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S그룹의 한 관계자는 새 경제팀에 대한 첫번째 당부로 "무엇보다도 여전히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행정규제완화를 제로베이스 차원에서 재추진하는
노력이 요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도 각종 사업에 진입장벽이 쳐져 있음을 지적하면서
기업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경제정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새 경제팀에 대해서는 정책기조의 전환도 요구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의 경제정책은 경기연착륙에만 너무 집착해 환율변화 등
국제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해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수출에 올들어 급제동이 걸린 데에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미스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정부가 엔화약세 기조에 신속히 대응해 환율정책을 운용했더라면
수출둔화가 이렇게까지 심각해 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기업들이 갖는
아쉬움이다.

재계는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문제 등에 있어서도 보다
현실감각 있는 정책을 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D그룹 관계자는 "최근 정부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안이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우리의 현실상 기업들이 쫓아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이상에 치우친 내용들이 적지 않다"며 "기업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주는 경제팀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의 이같은 목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금리 지대 임금 등 모든 요소가격
에서 불리한 여건을 안고 국제경쟁에 임하고 있다"며 "세계기업간의
대경쟁이 시작될 21세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런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 새경제팀의 궁극적인 사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새 경제팀 출범을 계기로 앞으로 정부와 재계의 관계도
재정립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H그룹 관계자는 "재계는 지난해 전직대통령들의 비자금 사건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고 상기시키면서 앞으로는 "기업들을 감싸주는" 정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