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의 핵심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경제수석 등 핵심 경제
책임자의 경질이다.

나웅배 경제부총리와 구본영 경제수석을 중심으로한 경제팀에 대한
일종의 문책성 인사성격이 짙다.

그동안 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가 아니다"고
대처해온 것에 대한 김대통령의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또 경제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부처간에 손발이 안맞는 등 정책혼선을
초래, 나부총리와 구수석 라인의 부처장악력 및 업무조정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은 개각의 배경에 대해 "경제정책의 책임자인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경제수석을 바꿔 우리경제를 보다 활성화시키겠다는
김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현재의 경제팀에 대한 불신임을 처음 표출한 것은 지난
7월 중순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김대통령은 "수출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주요수출
업종별대표와의 오찬을 주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대통령이 경제수석실의 건의에 따르지 않고 직접 오찬회동을 지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정부부처나 경제수석실에서 보고하는 수출부진상황과 대책을 믿지
못하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명으로 일부에서는 해석했다.

그러나 경제팀을 바꾼다고해서 수출부진과 경상수지적자확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이 우세, 경제팀의 교체
가능성은 수그러들었다.

새로운 경제팀이 들어와서도 계속 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 연말께로
예상되는 대선대비개각때 다시 바꾸기도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이
가세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결국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을 교체, 경제팀내의
분위기 쇄신과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성회복에 역점을 뒀다.

재계를 비롯한 경제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나부총리-구수석라인에
대한 회의론을 그대로 방치하고 연말까지 끌고가기에는 국정운영에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내년에 대선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확실하게 잡아놓아야 내년도 경제운영에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승수 경제부총리와 이석채 경제수석의 등장은 경제
정책에 대한 친정체제강화의 성격이 짙다.

신임 한부총리는 상공부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인데다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 누구보다도 김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해말 개각때 경제부총리로 거의 낙점이 됐다가 신한국당에서
선거출마를 강력히 요청, 춘천갑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신임 한부총리는 개인적으로 경제부총리를 더 원했으나 여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십자가를 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임기중 언젠가는 경제부총리로 기용될 것이
확실했었다.

이석채 신임경제수석은 구수석보다는 다소 강성의 인물로 알려져
경제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이 종전보다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가 경제정책에 대한 장악력이 미흡해 정책혼선이
일어났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강봉균 정통부장관은 그동안 개각때마다 입각대상자물망에
올랐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일에 헌신적이고 업무추진력이 뛰어난데다 이수성총리의 강력한
천거로 입각은 시기가 문제였다.

김양배 보건복지부장관의 사임은 당뇨병의 악화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뇨병으로 직무수행도 어려워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장애인올림픽에도
참여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

정근모 과기처장관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사무총장에 입후보할
예정이어서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신상우 해양수산부장관은 8개기관이 합쳐진 신설 조직인 만큼 정치력을
겸비한 비중있는 인물을 고르다보니 최다선의원인 신의원을 발탁했다는게
청와대고위관계자의 얘기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이원종 정무수석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승진시켜 이수석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이석채장관이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경제수석이 장관급으로
격상된 만큼 청와대비서실 서열상 앞서는 정무수석이 장관급이 된
것이라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