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5개국 순방은 그동안 소원했던 이들지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시키고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미는 인구 면적 경제력 등에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수립이래 우리나라 국가원수가 방문하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었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처음으로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순방의 의의와
성과는 크다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노태우전대통령이 지난 91년9월 멕시코를 방문한 것이 우리나라 국가원수가
중미를 방문한 유일한 사례라는 것.

우리나라 국가원수가 중남미를 방문하기 어려웠던 이유중의 하나는 지리적
으로 워낙 멀어 가는데만 이틀이 걸리는 등 왕복 4일을 "길"에서 허비해야
하는 의전상의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지리적 어려움은 언어장벽과 더불어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이 저조했던 요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중남미투자는 총해외투자의 3.3%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김대통령의 순방을 통해 이러한 관계는 크게 개선돼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중남미 협력및 진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남미는 인구 4억5천만명의 거대한 잠재시장으로 지하자원및 수산자원도
풍부하다.

철광석, 망간, 니켈, 보크사이트, 주석 등의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으나 아직 탐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들 지하자원에 대한 투자와 임산및 수산자원에 대한 투자협력이 가능한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수준으로 앞으로
수출증대의 여지 또한 크다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중남미와의 교역규모는 1백15억달러정도로 우리나라는 3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청와대관계자들은 이번 순방외교가 각 방문국의 투자유치정책을 적극
활용, 투자를 대폭 늘리고 중남미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역및 투자확대를 통한 실질협력관계증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중남미지역의 경제발전단계를 볼때도 이번 순방은 시의적절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중남미는 지난 80년대 외채위기와 경기침체에 시달린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90년대에는 연3.5%의 고도성장을 통해 신흥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역내 경제통합과 정치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남미공동시장" "안데스공동체" 등 지역경제협력체를 통한 지역통합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남미지역이 도약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경제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요청되고 있으며 정치.경제통합에 대비해
사전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순방외교중 특이한 점은 첫 도착지인 과테말라에서 온두라스,
엘살바돌,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 중미 5개국정상을 한자리에 불러
''한.중미 5개국''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들 중미국가들을 일일이 방문하기 어려운 점이 감안됐지만 5개국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회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음을 반영하고
있다.

한.중미 5개국정상회담에서는 중미국가들과 포괄적인 정책협의회 성격의
대화협의체를 구성한다는데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