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신범의원의 국회발언에 대한 사과문제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국회개원이후 순항해왔던 정국이 급속히 냉각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영수회담에 불응키로 한데 대해 신한국당은 17일 국회에서 이홍구대표와
서청원원내총무 이상득정책위의장등이 참석한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수용불가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따라 야권은 영수회담에 불응하는것은 물론 오는 20일께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의 여야총무단 초청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야권은 이와함께 18일 속개되는 국회에서 의사진행발언등을 통해
파상적인 대여공세에 나서기로했다.

이번 사태로 정국경색이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오는 8월10일부터
가동될 국회제도개선특위와 국정조사특위가 정상운영되지못할 가능성도
배제할수없다.

특위구성은 국회개원을 둘러싼 여야합의사항의 골자이기 때문에
특위운영이 여의치못하게되면 여야대치는 9월 정기국회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원의 발언이 영수회담 무산이라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된것은
여당의 사과거부와 야당의 강력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의 두 김총재가 영수회담을 그다지 달가와하지않았던 점도
야권이 영수회담거부를 쉽게 결정하게된 배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야권에서는 당초 국회가 열린 상황에서 뚜렷한 쟁점도 없이 영수회담을
가질 경우 과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수있느냐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여야 지도부가 국회개원을 둘러싸고 한차례 "힘겨루기"를 벌인
직후에 과거와는 달리 김영삼대통령의 제의로 영수회담이 열리게되는 점을
들어 자칫 김대통령의 페이스에 말려드는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했었다.

이때문에 야권 내부에서는 영수회담을 계기로 공연히 DJ-JP간 공조의
틈만 벌어지게되는 결과가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돌았었다.

야당의 두 김총재 역시 지난 4월의 영수회담이 "실패작"이었다는
인식을 갖고있던 터여서 쟁점이 없는 이번 영수회담에 적잖은 부담을
갖고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특히 JP진영에서는 영수회담과는 별도로 신한국당 이대표를 포함한
4자회담을 제의, 국민회의측으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아왔던데다
여권이 공조체제 분열을 시도할것이라는 관측까지 나돈 상황이어서
영수회담자체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던것이 사실이다.

JP는 이같은 상황에서 영수회담을 제의한 바로 그날 오후에 여권핵심부의
"사주"로 자신과 DJ를 흠집내는 이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청와대회담 자체에
기대를 걸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된것으로 전해지고있다.

국민회의측은 양당 총장회담이 열렸던 16일 오전까지만해도 사과문제와
영수회담은 별개라는 입장아래 "영수회담을 갖자"며 자민련을 달래는
분위기였으나 JP의 강경분위기가 전해지자 공조차원에서 영수회담
거부쪽으로 급선회했다.

DJ와 JP도 총장회담직전 전화통화를 통해 이같이 보조를 맞추기로
의견을 모은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결국 이의원의 발언은 두 김총재에게 내키지않던 영수회담을 거부케하는
명분을 준 꼴이 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때 사과문제로 인한 정국경색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중대한 사안은 아니지만 발언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지도부 모두 감정이
크게 상해 있는 상황이어서 해법이 그다지 간단치않기때문이다.

여권 핵심부에서도 "사과할 문제가 아니며 조건이 달린 영수회담은
있을수없다"는 반응을 보이고있어 정국은 상당한 냉각기를 거친후에야
수습의 실마리를 찾게될 전망이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