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야 영수회담은 외형상 과거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야당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권에서 먼저 적극 추진했다는
점이다.

신한국당 서청원총무가 개원협상을 끝낸뒤 김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건의, 여권에서 먼저 검토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총무로부터 이같은 건의를 받은 김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개원식때
그가능성의 일말을 내보였다.

이날 김대통령은 연설을 끝내고 국회의장단및 당대표들과 환담후
헤어지면서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에게 "다음에 또 만납시다"고
인사말을 했다.

당시만해도 주변에서는 헤어지면서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로 해석,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나중에 이와 관련, "김대통령은 의미없는
말씀을 하지 않는다"고 말해 영수회담이 8일이전에 결정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이번 영수회담의 외형상 특징으로는 특별한 국정현안이나 빅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이다.

종래의 영수회담은 외국과의 정상회담이후 설명하는 형식이나 광복
50주년 등 커다란 행사전후, 안기부법.국가보안법 개정 등으로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원을 앞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보였지만
총무선에서 협상타결에 성공, 여야의 대립이 한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영수회담을 통해 해결해야될 국정현안은 당장 없는 편이다.

그러면 김대통령이 영수회담을 먼저 제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꼽을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러한 포석은 4.11총선이후 야당총재들과 만났을때 강조한
"큰 정치" "열린 정치" "대화합의 정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들어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책혼선을 통해 혼란을 주고 있다.

또 국제수지악화, 물가불안 등 경제위기론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심을 수습하고 사회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회가 자꾸 분열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현실을 감안할때 영수회담을
통해 국정운영의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볼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화합의 큰 정치"를 펼치겠다는
김대통령의 입장은 그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영수회담의 제의배경으로 지적되는 것은 김대통령의 15대국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15대국회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국회는 21세기 세계 일류 국가로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띠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개원 연설에서 "21세기를 향한 큰 정치를 실현하는 국회가
돼야한다"고 강조하며 청렴정치의 본산, 민주주의의 도장, 선진 경제의
산실, 민생의 전당,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국회가 돠어줄 것을 당부한데서
이를 읽을수 있다.

특히 김대통령은 15대국회임기중 남북관계의 중대한 변화가 오고 통일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해 15대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영수회담의 의제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문제를 비롯한
국정전반에 걸쳐 폭넓게 대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관계자는 "가장 관심이 큰 분야는 남북문제가 아니겠냐"고 반문한면서
"남북문제가 당리당략이나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향후 정국운영에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