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저녁 국회원구성을 놓고 한달간 지루한 "거북이" 협상을
벌여왔던 여야 3당 총무들은 막판 절충을 통해 "방송관계법" 등의
개정을 다룰 제도개선특위 설치에 합의했다.

여야가 천신만고끝에 합의로 설치키로한 특위에서 방송관계법을
다루기로 한 것은 각당이 이 법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방송법은 지난해 정부와 야당측안이 팽팽히 맞서 폐기됐던 "전과"를
갖고 있어 특위까지 만든 15대국회에서 여야 협상이 볼만하게 됐다.

또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의 등장과 외국방송사 침투 등으로 인한 개정에
대한 현실적 요청외에도 역대 선거에서 "편파방송"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야당측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어 개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보처는 지난해 11월 기존 지상파 방송중심의 현행 방송법에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까지 포괄한 "통합방송법안"을 마련했지만
시청자단체와 야당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당시 "통합방송법안"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위성방송사업에 대한
대기업과 언론사의 참여 허용 여부와 방송위원회의 구성방식.

15대국회에서도 이 두가지 쟁점사항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공보처의 안은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을
제외하고는 대기업과 일간신문.통신사를 경영하는 법인에 대하여
위성방송사업의 참여를 허용토록 돼있다.

또 현행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를 단일방송위원회로 통합,
방송관계전문가 및 학식.경험이 있는 자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12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4인은 국회의장이, 4인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자를
임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측에서는 대기업 및 일간신문.통신사등의 위성방송참여
배제를 주장하는 한편 방송위원회도 국회 원내교섭단체간 합의로 위촉한
추천인단의 추천을 받아 국회의장이 15인의 위원으로 구성토록 하는 등
정부측의 안과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추천인단도 10인으로 구성하되 정당원이나 방송유관사업에 종사하지
않는 자로서 사회 각계의 존경받고 명망있는 인사중에서 위촉하도록
했다.

공보처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기능문제도 쟁점사항이었다.

정부안에서는 공보처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관련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법안을 구성한 반면 야당은 모두 독립적인
방송위원회에 이양하는 것을 전제로 법안을 만들었던 것.

지난 14대때 방송법 제정을 추진했던 신한국당의 박종웅 의원은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차원에서 대기업 및 일간신문.통신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허용해서는 않된다"는 정부안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박의원은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구성에 대해서는 "방송위원회가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위원을 대법원장 국회의장 등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공보처 안에 동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측 입장은 단호하다.

야권 단일 방송법안 수립을 추진하고 있는 자민련 허남훈 정책위의장은
"방송법의 핵심은 인사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공정방송을
위해서는 방송에 대한 외부 압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기존 "야권안"을
고수하고 있다.

허의장은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야당의 경우 방송위원회의 위원을
1명밖에 선임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야당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도록 방송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