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데..."

자본이동및 국제투자위원회(CIME/CMIT) 2차회의가 끝난 직후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사실상 결정됐다는 식으로 믿는 일부부처
시각을 접한 외무부측의 반응이다.

직업외교관들은 이번 회의가 재경원측의 표현처럼 화기애애하지도, 우리측
대표의 말이 먹혀드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전한다.

의장은 회의벽두부터 항공편예약이 돼 있어 이틀째 오후회의를 늦게까지
할 수 없다며 한국측에 구구한 설명보다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는 암시를
줬다.

우리측은 회의내내 독일대표를 필두로 각국 대표들로부터 잇달아 한국의
기업인수합병(M&A)규정과 향후 개방일정을 추궁당했다.

신선한 내용을 기대했던 회원국들은 우리측의 신통치 않은 일부 답변에
시큰둥해했다.

그런 분위기탓인지 "우호적"이라는 표현을 애용하는 외무부는 지난 6일
보도자료에서 그런 수사를 전혀 쓰지 않았다.

OECD는 일단 우리에게 위원회별 심사나 정책검토를 추가로 가질 계획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회의처럼 심사나 검토만 마쳤을 뿐 결론을 내지 않은
위원회들이 아직 많다.

의장서한형식의 질의서를 보내오면 다시 답변하는 일도 한번에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원회가 어떤 내용의 보고서를 써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시험을 다 치르지도 않은 수험생이 벌써 합격을 장담한다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더욱이 "연내가입"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연연해하는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회원국 앞에서 국민을 상대로 가입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식으로
오도하는 것은 남은 시험에서 더 큰 압력을 자초하는 일일 수 있다.

결국 "협상"관점에서도 OECD가입을 낙관하는 발언들은 득이 될게 없을
듯하다.

< 허귀식 정치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