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8일 김일성 사망2주기를 맞아 김정일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추모행사를 열었다.

김이 사망한 94년에 냉해, 95년에 수해로 가중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은 그러나 이번 추모행사에서도 김정일의 후계승계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총장 박상범)는 북한이 김사망후 2년동안
취해온 대내외정책과 향후 전망을 짚어보기 위해 이날 오전 타워호텔에서
북한전문가들을 초청, "북한의 현황과 김정일후계체제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음은 토론회 주제발표요지.

<> 안병준 연세대교수 =북한의 붕괴는 경제 정권 체제 국가 등의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경제붕괴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의 정권붕괴는 체제 및 국가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를 지연시키는 것을 "연착륙"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자기체제의 정당성을 보호하고 대내결속, 단결및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자기조건이 관철되는 상황에서만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어
연착륙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김정일이 주석과 총비서 계승을 내년까지 지연시키는 것은 아직도 김일성
후광으로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경제난타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기업적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7월8일이후의 계승이 예상된다.

<> 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교수 =김정일정권은 당면한 총체적 난국을
가까운 시일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변국들이 적극적으로 돕거나 개혁.개방을 서두르는 등 획기적인
자기변신을 꾀하지 않는 한 총체적인 난국은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북한은 김정일후계정권의 공식출범을 "3년상"을 구실로 지연시키고 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체제유지를 위한 당면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군부중심의 불안정한 체제가 유지되는한 가까운 시일내에 공식승계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 권민웅 안기부 북한문제조사연구소장 =김일성사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군의 부상이다.

북한의 최고정책결정기관인 당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은 소수의 측근과 비공식논의를 통해 대부분의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김정일은 국방위원장, 최고사령관 등 군사직위를 이용해 국정전반을
지도하고 있으며 군관련행사에 치중하고 있다.

일종의 "군정체제"다.

북한의 보도매체도 "김정일을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당의 군대"도 "최고사령관의 군대"로 불리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앞으로도 관료적이고 방만한 당체계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보다는 단선적이고 힘있는 군부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 유인택 통일원 회담사무국 회담협력관 =김정일의 공식승계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김일성에 대한 애도와 외경의 표시가 일단 북한측이 주장하는 승계지연
이유다.

승계행사를 경축분위기속에서 치를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인 개혁.개방과 체제안정은 양립하기
어려운 딜레마다.

이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기본노선의 정립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부자 스스로 관료화, 경직화시켜 놓은 인사문제를 쇄신차원에서 풀어가야
하는 과제도 있다.

김정일이 주석직이나 총비서직에 취임하지 않아도 절대권력자로서 군림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보여진다.

일단 승계시기는 사망3주기가 지난 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북한이
또다시 "5년상" 등을 거론하며 승계를 더 미룰 가능성도 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