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권후보군에 속하는 인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중부권대망론"을 펼쳐온 이한동 의원(전국회부의장)이 17일 한 강연회에
참석, 자신의 "정리된" 목소리를 내는등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 움직임을
보여 관심이 되고 있다.

이의원은 이날 고려대학교 산업대학원 초청, "15대총선과 한국정치의
발전과제"라는 제하의 강연회에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용서와 화합, 그리고 포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문민정부 출범이후 모든 문제의 해법을 주로 "개혁"이라는 구호에서
찾으려는 민주계 등 집권핵심세력의 국정운영기조와는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의원은 또 "희망과 신뢰의 정치"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 말 역시 현정부의 이미지와는 뉘앙스가 크게 다르다는 반응이다.

이의원은 한걸음 나아가 이시대의 국가적 과제로 "안정속의 성장과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국민화합개혁"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21세기 우리나라의 국가목표는 "신한강기적론"에 기반한
선진국 진입과 남북통일이라고 규정하면서 "국가대전략"(National
Grand Strategy)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현집권세력은 과거를 거의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문민성과 도덕성"만을 강조하고 있지 국가발전
전략은 없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거명되고 있는 여권의 다른 후보군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전략의 일단을 내비쳤다는 얘기다.

그는 또 자신이 경기도출신으로 현정국구도상 "지역주의" 권역에서
벗어나 있는 점을 부각, "지역주의의 악순환을 끊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의원은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통치행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피했다.

대신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지역연합정권교체론을 세차게 비난하는것으로
3김정치 청산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모였다.

이의원은 김총재의 지역정권교체론은 "영남정권-호남의 한을 호남정권-
영남의 한으로 바꾸자는 역지역주의 발상이 아닌가"고 꼬집었다.

또 "일종의 위로부터의 정치적 타협의 성격을 지니는 조합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의원은 "지역정권론과 같은 정치제도하에서는 경제가 정치의 눈치를
보느라고 적기의 투자가 이뤄지지않고 분배의 정의가 경제의 효율성을
잠식하는 등 전체적인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
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