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와 이회창 전총리 박찬종 전의원를 비롯한 여권의
차기대권후보군에 속하는 인사들의 행보에 점차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박전의원이 지난 11일 대구에서 차기후보경선에 출마할 뜻이 있다고
밝힘에 따라 다른 캠프에서도 나름대로 이미지관리에 박차를 가하는 등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당직자인 이대표나 민주계의 소장실세인 강삼재총장이 현 상황에서의
대권후보 논의는 적절치 않다며 중진들의 자제를 당부한 상태이긴하나
잠재적 대권후보들은 이들의 얘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이들은 특히 차기대권에 뜻이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 이대표가 대표직을
최대한 활용,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듯한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이 보기에 이대표의 최근 행보는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표의 최근 일주일간의 일정을 보면 당대표로서의 공식일정으로 지난
12일에는 경남북, 대구원외지구당위원장들을 63빌딩 거버너스챔버에 초청,
만찬을 함깨한데 이어 13일에는 수도권원외지구당위원장들과도 같은
장소에서 만찬을 했다.

두 행사는 총선에서 낙선한 위원장을 위로하는 성격으로 치부해 버릴수도
있다.

하지만 이대표는 지난10일 상당수의 3선급의원들과 비공식 오찬모임을
가졌다.

저녁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초청 15대당선자축하모임에 참석했다.

또 12일 아침에는 김윤환 전대표와 민주계의 좌장격인 최형우 의원,
중부권역할론을 주창하면서 대권후보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이한동
의원과 회동했다.

경색정국의 해법을 논의하기위한 모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다른
켐프에서는 대표로서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했다고 보고있다.

또 14일 저녁에는 자신이 총리로 있던 시절의 장관출신들을 63빌딩으로
초청, 만찬을 가진다.

월드컵유치위 초대위원장으로서 최근 "월드컵특수"를 누리고 있는
이대표가 대표직을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을 그 누구도 그냥
넘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의원직은 물론 당직마저 없는 박찬종전의원이 총선후 전국을 순회,
유권자들과의 직접접촉을 확대하면서 간헐적으로 대권도전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위기감의 발로라는 관측이다.

다른 중진들의 경우 직접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참모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이회창 전총리의 경우 학연등을 끈으로 상당한 "추대세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기주자로 이전총리를 지지하고 있는 신한국당의 한 의원은 그의
추대세력은 여권뿐만아니라 야권내에서도 세가 늘어가고 있다고 전한다.

최근 야당을 탈당한 한 전직의원은 "이회창후보만들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는 "이회창후보가 탄생할 경우 민주당의 개혁세력이 당적을 옮겨서라도
지원하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환 전대표 주변에서도 "그냥 있을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건의를
하고 있으나 김전대표는 "아직은 지켜봐야할 때"라며 운신을 자제하고
있다.

이한동 전국회부의장 캠프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삼재 사무총장은 12일 박찬종전의원의 경선출마의사 피력 보도에 접한뒤
"국회가 파행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대권논의에 무슨 관심이
있겠느냐"며 여권핵심부의 "대권논의 내년중반까지 유보"방침을 상기
시켰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의 관심은 점차 "차기대권은 누구에게"로 쏠려가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