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남북한 분산개최는 월드컵이 한일공동개최로 결정돼 일본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함에 따라 다소 어려워진 측면이 많다.

그러나 정부는 월드컵한일공동개최가 남북관계및 동북아지역 평화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원할 경우 우리몫의 경기중 일부를
북한에서 개최할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물론 정부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특별위원회를 구성, 한일공동개최에
따른 각종 사안들에 대해 기준을 정한 뒤 올연말께 FIFA 일본 등과 협의를
거쳐 최종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당국자는 이와 관련, "김영삼대통령이 분산개최의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사의 키는 뭐니뭐니해도 북한이 쥐고 있다.

우리가 FIFA 일본과 분산개최제의에 합의하더라도 당사자인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며 분산개최협상을 결렬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의 분산개최수용은 개방화에 따른 체제위기를 부채질할 것이고
이는 북한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산개최를 추진하되 이를 대북전략적 관점에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회이니만큼 북한이 노골적으로 방해공작을
펴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사전에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분산개최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카드를 북한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는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려고 해왔던 우리의 대북전략에 부합된다.

아무튼 이번 월드컵의 한일공동개최결정을 계기로 정부는 분산개최라는
대북카드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고 이에 따라 남북한간에는 체육회담이나
체육교류의 활성화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가깝게는 7월 애틀란타올림픽에서의 화해분위기조성작업이 예상된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