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접근이 가속화되며 평화구축문제에 관한 미북간 협의가 진
행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4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지
난 20일부터 이틀간 베를린에서 진행된 미사일협상에서는 미사일전파방지
와 관련한 문제들을 기본으로 하면서 쌍방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
괄적으로 토의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포괄토의"는 미국측이 미사일협상에서는 미사일문제만을 논의
할 것이라고 우리측에 강조해온 것과는 다르게 미사일협상채널을 미북간
포괄협상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과 북한은 또 미국무부한국과의 스테파니 에쉘만(북한경제담당관)의
방북,김정우북한대외경제위부위원장과 이종혁노동당부부장 등의 방미를 계
기로 대북경제제재완화문제와 평화체제구축문제 등을 활발히 논의할 전망
이다.

미국은 오는 27일 스테파니 에쉘만북한경제담당관을 북한에 파견,2주간
머물게 할 예정이다.

미국은 에쉘만의 방북이 원자로연료봉의 밀봉작업을 참관하기 위한 것이
라고 밝혔으나 경제담당관이라는 직책상 대북경제제재완화 등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미중인 김정우부위원장은 미국무부외에 상무부 재무부측 인사들
과도 비공식적으로 접촉,제재완화 및 경제지원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
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특히 이번주말 미애틀란타에서 카터센터주관으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이종혁부부장을 통해 미북간 평화체제구축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는 "미북미사일회담은 미사일문제만을 논의하는 기술
적 실무적 회담일 뿐이며 북한측고위인사들의 잇단 방미도 평화문제이외
의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내용을 우리측에 구체적으로 설명해주
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측이 한미정상간 합의사항인 평화문제의 남북당사자
해결원칙을 결코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