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제 관심은 여야 4당의 획득의석수로
모아진다.

총선이 끝나면 소폭이든 대폭이든 정국의 틀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계개편의 밑그림은 각당의 획득의석수에 따라 달리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이 당초 목표대로 안정과반수를 획득하면 정계개편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한국당이 1백50석을 넘으면 무게중심 추는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에게로
기울어 향후 정국운영에 힘을 더하게 되고 차기대권후보 낙점 등 당
운영에도 자신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안정과반수 획득은 설득력 없는 가정으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총선후 지각변동으로 불릴만한 정계개편의 상황은 신한국당이 1백20석
이하로 떨어지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획득의석수를 합쳐 과반수를 넘을
경우이다.

이경우 신한국당은 무소속 등과 합쳐도 과반수를 채우기 어려워 정국
주도권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나 자민련 김종필 총재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김대통령의 레임덕현상은 가속화되고 신한국당은 차기대권을 둘러싸고
당 내부의 분란도 일어날 수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획득의석수를 합쳐 과반수를 넘더라도 양당의
의석수에 따라 힘의 균형은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국민회의가 목표로 삼고 있는 개헌저지선인 1백석을 무난히 달성하면
김대중 총재는 차기대권을 향한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회의 의석수가 1백석에 못미치고 자민련이 60석안팎의 의석을
확보하면 자민련이 정국흐름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정계개편의 방향은 김종필 총재의 선택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총재가 김대통령과 다시 연대하거나 김대중총재와 손을 잡을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김총재의 결정은 대권이 보장되는 쪽으로 귀결될게 분명하다.

김총재가 누누이 강조해온 내각제를 실현할 수 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을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의 카드는 김총재가 신한국당내 민정계와 제휴할 가능성이다.

김총재의 행보에 따라 정치권이 이합집산하는 복잡한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석수를 합쳐서 과반수를 넘지 않고 신한국당 역시
1백30석정도를 얻어 무소속을 영입해도 과반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정계개편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은 무소속 흡수에 이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못미칠 의석을
획득할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에 손을 뻗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호락호락 당적을 넘겨줄 것 같지 않은데다
신한국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이 모든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경우에는 야권의 개편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신한국당이 총선후에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무소속당선자를
극히 일부만 흡수하고도 과반수를 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마지노선은 1백35~1백40석이다.

신한국당의 김윤환대표위원이 9일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1백20여석을
포함해 1백40석을 얻으면 선전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대목도 이런 맥락
으로 받아들여 진다.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