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을 10여일 남긴 31일 여야 4당의 각 후보들은 휴일도 잊은 채
전국 각지에서 합동연설회와 개인유세를 갖고 "장학로 사건"등 총선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후보들은 특히 15대총선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첫 휴일인 이날 이른
아침부터 등산길에 오른 유권자들을 찾아 나서 "한표"를 부탁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서울 지역 각 후보들은 휴일임을 감안, 오전 일찍부터 등산로 입구
등에서 등산객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

신한국당 김영춘후보(광진갑)는 오전 7시께 중곡4동 아차산 등산로 입구
에서 유세를 갖고 "어느 가정에나 있게 마련인 문제아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가정의 도덕성까지 비난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하며 "장학로사슬"
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

민주당 박석무후보(광진을)도 아차산 입구에서 개인연설회를 열어 "김영삼
대통령이 입만 열면 깨끗한 정치를 강조하지만 심복중에는 제2, 제3의
장학로가 있을 것"이라며 "손톱 곪은 줄만 알고 염통 곪은 줄은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김대통령을 비난.

국민회의 신계륜후보(성북을)는 오전 6시30분께 지하철 1호선 석계역에서
"4년은 지역구와 나라를 위해 일다운 일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며
"벌여놓은 일들을 완벽하게 마무리지을수 있도록 다시 한번만 밀어달라"고
호소.

<>.현역의원 2명과 "모래시계 검사", 전직 언론인이 격돌하는 송파갑
선거구에서는 후보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홍보하며 열띤 득표전.

신한국당의 홍준표후보는 "국민회의와 신한국당이 합칠지, 자민련과
민주당이 야합할지 모르니 이제는 인물 하나 만으로 선택해 달라"고 인물론
을 강조.

국민회의의 김희완후보는 "TK인물이 물러난 자리에 PK가 들어선 것이 문민
정부의 개혁이냐" "김대통령 개혁은 조선시대 영조가 실패한 탕평책의
반복"이라며 여권을 꼬집기도.

민주당의 양문희후보는 "청와대 심장부에 장학노같은 "머슴"이 있을 정도면
그 주변의 부패는 어느 정도겠느냐"는 첫마디를 시작으로 여권핵심을 향해
맹공.

자민련의 조순환후보는 "2002년 월드컵유치는 체육시설이 있는 송파의
발전과 직결된다"며 자신이 국회 월드컵유치단원임으로 거듭 강조.

<>.부산 해운대구 장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해운대.기장갑 선거구 합동
연설회에서는 신한국당 김운환후보와 민주당 이기택후보간 지난달 25일
발생한 이후보부인 이경의씨의 폭력시비를 두고 설전.

김후보는 "이후보측의 폭력시비는 불리해진 판세를 만회하기 위한 자작극에
불과하다"며 "이후보측의 주장은 자유당 시대나 나옴직한 치졸한 발상"
이라고 맹공.

이에 대해 이후보는 "폭력선거를 주동한 김후보측이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데도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

무소속 박호원후보는 "공작정치와 폭력정치를 일삼는 구시대적 정치는
청산돼야 한다"며 양후보를 싸잡아 비난.

한편 해운대경찰서는 이경의씨가 이날 앰블런스를 타고 연설회장에 참석
한다는 정보를 입수, 양후보간 폭력사태에 대비해 4개중대 5백여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했으나 이씨가 나타나지 않자 안도하는 모습.

<>.대전시 태평초등학교에서 열린 중구합동유세장에서 9명의 후보들은
인신공격과 상대방 비방으로 강도 높은 설전을 교환.

신한국당 안량로후보는 "한.일협정당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순국한 항일지사들의 원혼앞에 사과하라"며 자민련을 집중
공격.

이에대해 자민련의 강창희후보는 "한.일축구전에서 국민들의 TV시청권까지
빼앗아가는 신한국당에 표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역공.

이어 등장한 민주당 김홍철후보는 "일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긴 JP의
자민련은 더이상 충청도 자존심이 아니다"며 자민련 공격에 가세.

<>.인천시 문남초등학교에서 열린 인천 연수구 합동연설회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천2백여명의 유권자가 몰려 열띤 분위기.

국민회의 정구운후보는 "김영삼정권이 지난 3년동안 한 일이라면 독재정치
에서 독선정치로, 뛰는 물가에서 나는 물가로, TK독재에서 PK독재로, 부실
공사에서 사고공화국으로, 새로운 신한국병을 만들었다"고 현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

민주당 서상섭후보는 자신의 고향이 연수구라는 것을 강조, "고향을
모르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며 "토박이론"을 강조.

신한국당 서한샘후보는 "열악한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연수구를 교육특구로
만들겠다"며 "힘있는 여당 후보만이 수인선 전철을 지화화할 수 있다"고
공약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

<>.전북 익산 이리초등학교에서 열린 익산을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들며 읍소작전으로 득표전.

신한국당 공천섭후보는 "국회의원선거 3수하면서 이제 흘릴 눈물도 없다"며
"벼랑끝에 몰린 나를 여러분이 붙잡아 달라"고 호소.

민주당의 박경철후보 역시 "야당하느라고 취직 한 번 못해 빚만 4천만원
짊어지고 있다"고 어려운 처지를 얘기하고 "전두환 노태우 두사람을 감방에
집어넣은 깨끗한 민주당에 표를 몰아달라"고 역설.

이에비해 국민회의의 이협후보는 "3선의원이 돼 깨끗한 지방정치의 초석
으로, 중앙에서는 큰 정치를 하고 싶다"며 다소 느긋한 표정.

자민련의 이승홍후보는 "내각제를 실시해 이웃사촌간인 존경하는 김대중
선생과 김종필총재를 대통령과 총리로 모시자"고 말해 청중들이 실소.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