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배타적 경제수역(EEZ)선포입장을 공식화 한것은 "해양관할권의
확대"라는 해양법 흐름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조치다.

전세계적으로 EEZ를 선포한 나라는 총 1백21개국.

우리나라로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한반도주변국중에도 일본은 이미 지난 77년 한.중.일해역을 제외한 다른
수역에서 2백해리어업수역을 선포했다.

러시아는 77년 2백해리어업수역, 84년 EEZ를 잇달아 선포했다.

북한은 지난 77년 2백해리EEZ를 선포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이승만라인과 모택동라인으로 일컬어지는 독자적인
어업수역을 선포했으나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해 새 해양질서에 따른
조치를 준비해 왔다.

이번 결정은 바다를 놓고 우리와 마주보고 있는 일본이 EEZ를 선포키로
함에 따라 해양주권수호차원에서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측면도 있다.

우리가 EEZ를 선포하지 않으면 우리 해역은 공해로 남기 때문이다.

우리정부는 지난해 12월1일 유엔해양법가입에 대한 국회동의를 받아 놓고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선포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EEZ를 통해 한국은 무엇보다 서해안에 출몰해 남획을 일삼던 중국어선문제
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중국어선은 <>선대규모의 대형화 <>허술한 설비 <>어업종사자들의 의식
부족 등으로 남획문제와 해양오염문제를 유발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구체적인 한중협상을 통해 정해질 우리의 EEZ내에서는
중국어선이 함부로 조업할 수 없게 된다.

EEZ내 불법조업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퇴거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등 타국수역내에서 우리의 조업은 크게 제한받을 수 있다.

타국민이 EEZ내에서 조업을 하려면 연안국의 입어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
이다.

연안국은 총허용어획량(TAC)중 조업가능분을 제외한 잉여량에 대해서는
타국의 입어를 허가하는게 일반적인 관행이긴 하지만 이에 따른 입어료지불
등 비용부담이 따른다.

이밖에 EEZ선포는 해양자원에 대한 개발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수산물 광산물 에너지 등 해양자원을 탐사하고 개발하며 이용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는 EEZ선포에 따라 확대된 해역에서
외국선박에 대한 실효적인 감독및 단속능력을 갖춰야 한다.

EEZ내에서 연안국이 갖는 배타적권리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다면 EEZ선포는 무의미해질수 있다.

한.중.일해역에 대한 구획정리도 이번 일본과 한국의 연쇄적인 EEZ선포
결정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는 경계획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국가들과의 협상에 착수, 요구를
최대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한반도주변수역의 해양관할체제는 평화선과 같은 제2차세계대전의 유물을
비롯 군사수역이라는 냉전체제의 유물과 현대해양법체제인 EEZ제도가 공존
하게 되는데 이를 시대상황에 걸맞게 정리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통일에 대비해 남북한 EEZ의 공동관리이용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산업구조의 동질성회복을 위한 공동연구조사 및 교류협력노력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EEZ선포에 따른 한.중.일 3국간 분쟁도 배제할 수 없다.

EEZ선포를 앞두고 한일간에 독도영유권문제가 터져 나온 것도 이같은 분쟁
가능성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일본과 중국간에도 센카쿠(첨각)제도문제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재연될 수
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