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돈과 말이라는 속설이 있다.

특히 선거에 임박해서는 돈이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한다.

여야의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총선후보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이 모두 얼마나 될지 관심거리다.

현행선거법이 허용하는 후보자 1인당 선거비용은 평균 8천만원선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법정선거비용을 준수하는 후보자는 거의 없다.

지난번 14대 총선이 끝난후 당선된 후보자들이 밝힌 액수는 평균 15억원선.

지난 4년동안의 물가상승률만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인당 20억원을 훨씬
넘게 써야한다는 얘기다.

대다수 후보자들의 비용내역을 보면

<>사무실 임대료및 운영비 <>정당연설회및 합동연설회 청중동원비
<>읍.면.동별 조직가동비 <>선거운동원 운동경비
<>계모임 친목회 조기축구회등의 찬조비및 경조사비
<>현수막 인쇄물 전화조사를 포함한 홍보비 등으로 구성됐다.

선거관계자들은 각 항묵별로 최소 5천만~1억원은 쏟아부어야 효과를 볼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돈문제에 관한한 의원 개개인들이 느끼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자금파동의 여파로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꿈도 꿀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이때문에 의원들은 대부분 개인차원의 후원회행사를 통해 소요자금을
''십시일반'' 거두고 있지만 실제 후원금은 목표액에 턱없이 모자라기 일쑤다.

올들어서는 다소 사정이 나아져 출판기념회를 겸한 후원회행사 개최가
꽤 활발하지만 일부 의원들에 한정된 일일뿐이고 부럽게 바라보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후원회를 구성하기조차 힘든 야당쪽들은 이미 자금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야당 중진의원들은 남들이 하는데 체면상 안할수 없어 후원회를 열기는
하지만 애당초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

한 중진의원은 "야당의 의원들이 후원회행사란 그 회원이 그 회원일 정도로
''돌려먹기식 행사''일 뿐"이라며 "1억원을 모으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민회의에서 서울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는 "워낙 돈이 없어 1억4천만원
정도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6개월만에 남은 것이 없다"며
"이번 선거는 다른 후보자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돈과의 싸움"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후보자들의 또다른 중요한 자금루트는 중앙당.

이제까지의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당의 실탄은 막바지 경쟁에서
당락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법정선거비용이 평균 1억1천5백만원이었던 14대 총선에서 당시 민자당은
선거막판에만 공개적으로 1억3천만원을 후보들에게 지급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지난 연말 비자금 파문은 중아당차원의 자금지원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중앙당이 주최하는 후원회에는 냉기만 가득하고 그나마 어렵게 개최
하더라도 실적은 목표치를 밑돌기 일쑤이다.

신한국당이 관훈동당사를 팔게 된것은 이같은 어려운 자금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14대보다 줄어든 전국구의 숫자는 특히 야당의 정치자금 경색에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시인한 적은 없지만 정가에서는 전국구 후보자가 내놓는 자금이
지구당 지원으로 쓰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숫자가 줄어든 만큼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총선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실탄 마련하는 데는 악재만
쌓여있어 후보자들의 입에서는 깨끗한 선거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방법이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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