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돈과 말이라는 속설이 있다.

특히 선거에 임박해서는 돈이 "실탄"에 비유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할때도
있었다.

여야의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총선후보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모두 얼마의 실탄을 쏟아 부을지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다소 불안해지고 있는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4당체제하에서 치러지는만큼 평균 경쟁률이 5대1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막대한 자금이 선거판에 투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행 통합선거법상 국회의원선거 제한액의 평균비용은 약8천만원이다.

기본액 2천6백만원에 선거연락소마다 6백만원, 읍.면.동마다 2백30만원
그리고 인구수에따라 1인당 1백원~1백90원이 추가된다.

만약 경쟁률을 5대1로 할 경우 2백53개 선거구에서 1천2백65명의 후보가
나와 총 1천12억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법정선거비용만큼만 지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게잡아도 2배, 많이 보면 20배까지 지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최소 1조원 안팎의 돈이 방출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법정선거비용이 1억1천5백만원이었던 14대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자당
후보들 사이에서는 "4당3락"(40억쓰면 당선되고 30억쓰면 떨어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실제 선거비용은 법정선거비용과 하늘과
땅차이였다.

대다수 후보자들의 비용내역을 보면 <>사무실 임대료및 운영비 <>정당
연설회및 합동연설회 청중동원비 <>읍.면.동별 조직가동비 <>선거운동원
운동경비 <>계모임 친목회 조기축구회 등의 참조비및 경조사비 <>현수막
인쇄물 전화조사를 포함한 홍보비 등으로 구성돼있다.

선거관계자들은 각 항목별로 최소 5천만원~1억원은 쏟아부어야 효과를
볼수 있다고 말하고있다.

특히 "돈 먹는 불가사리"라고까지 말하는 공.사조직에 많이 의존하는
여당후보들의 경우에는 그 액수가 더 불어날수 밖에 없다.

과거 여당후보들은 야당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지역의 경우 선거
막판에 중앙당에서 내려온 "실탄"으로 기사회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14대총선에서 민자당은 선거막판에 당시 법정선거비용을 초과하는 1억
3천만원을 후보들에게 공식적으로 지급했었다.

비록 각당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는 14대와는 달리 중앙당에서 지원할수
있는 범위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백중지역의 경우에는 중앙당에서도 강건너 불보듯하지는 않을 것이라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과거의 금권선거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띨 전망이다.

작년 비자금파문이후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들이 당운영에 애를 먹고있다고
호소할 정도로 돈의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신한국당은 당사를 팔아 자체적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할 정도로 외부에
기대할수 없는 조건에 처해있다.

야당도 끊이없이 흘러나오는 정치권사정설등으로인해 함부로 돈을 끌어올
수 없어 애를 태우고있다.

더구나 14대에 62석이었던 전국구 의석이 46석으로 줄어들어 전국구공천
헌금도 급격히 감소할수 밖에 없다.

대기업그룹 관계자들도 "과거에는 선거철만되면 정치자금얘기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권선거의 우려가 남아있는 것은 아직도 유권자의
의식이 별로 바뀌지 않아 "돈=표"라는 등식이 위력을 발휘하고있기 때문
이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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