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이 첫재판을 받은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정문앞에는 "역사의 증인"으로 노씨 재판을 지켜보려는 시민들과 취재진
이들을 정리하는 경찰들이 뒤엉켜 큰 혼잡을 빚었다.

재판부는 노태우전대통령을 비롯 이건희삼성그룹회장등 15명의 피고인들을
차례로 입정시킨후 인정신문과 검찰측 직접신문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노씨는 이날 재판에서 검찰의 직접신문에대해 대체로 공소사실을
시인,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

노씨는 검찰의 직접신문에 방청석에 들릴듯 말듯한 작은 음성으로 일관
했으나 신문내용에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뚜렷하게 "예"라고 응답했으며
일부 신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을 덧붙이기도 하는등 비교적 침착하게
신문에 응했다.

노씨는 특히 문영호중수2과장이 "대통령의 직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고 묻자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

<>.검찰은 노씨에게 대통령의 직무에대해 질문한뒤 곧바로 구체적인
금품수수 사실을 신문하는 형식으로 직접신문을 진행해 대통령의 직무와
금품수수가 관련이 있음을 밝혀내는 전략을 구사.

검찰은 먼저 노씨에게 대통령의 직무가 기업의 금융지원등을 비롯한
각종지원에대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수 있는지 여부를 물은뒤 노씨가
이를 인정하자 다시 35개 기업으로부터 금품받은 사실을 물어 이에 대해서도
노씨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

다만 노씨는 검찰이 대통령의 직무가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는 없으나 간접적으로는
영향력을 행사할수 없다"고 언급.


<>.노씨는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중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뇌물액수와
성격부분에 대해 일부 부인하는 답변을 해 눈길.

노씨는 특히 주임검사인 문영호검사가 직접 신문중 "장진호 진로그룹회장
으로부터 1백억을 수수하고.."라고하자 "장회장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기억이 안난다"고 부인.

이에 문검사가 "직접 받은건 아니라도 다른 사람의 중개를 받아 수수한
사실은 있지않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노씨는 묵묵부답.

문검사는 일단 "이부분은 다시 얘기하자"며 다음 신문을 계속 진행.

노씨는 또 조기현청우종건회장으로부터 뇌물수수 사실에대해서도
"조회장이 건넨 80억원은 시주금"이라며 상무대 비리사건 수사에서
드러난대로 동화사대불공사 건설비용임을 강조.

노씨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이 진행되는 도중 김부장 판사로부터 "피고인의
목소리가 너무 작으니 좀 크게 대답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노씨에 대한 직접신문에 앞서 재판시간을 의식한듯 노씨에게
되도록 간단명료하게 대답해 줄것을 요구.

이에대해 노씨는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여 이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이에앞서 재판부도 소송대리인들에게 "피고인들의 진술을 가지고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아닌만큼 이같은 부분에 대한 진술은
시간관계상 일단 뒤로 미뤄 돈을 받았는지 여부등 기초사실관계에 대한
신문이 먼저 이뤄질수도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주문.

<>.이번 재판에서 불고속 피고인들은 낮 12시 휴정시간에 담당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도시락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친후 오후2시부터 2~5명의
비서진을 대동한채 속속 417호 대법정으로 입정.

한보 정태수회장을 시작으로 줄을 이어 법정에 도착한 이들은 소감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법원 직원들은
이들 기업총수에 대해 금속 탐색봉을 이용한 검색없이 무사 통과시켰다.

<>.이날 재판이 진행된 서울지법 417호 법정안은 중앙에 재판장인
서울지법합의 30부 김영일 부장판사와 김용섭 황상현 판사가, 방청석에서
법대쪽을 바라볼때 왼쪽 공판간여 검사석의 맨앞엔 주임검사인 문영호
대검중수2과장, 대검연구관인 김진태 김필규 검사, 그리고 서울지검특수3부
홍만표 검사가 차례로위치.

오른쪽 변호인석에는 한영석 김유후 변호사등 24명이 자리를 잡았고
2백여명의 방청석 7번째줄에는 노씨의 아들 재헌씨가 최석립 전경호실장
박영훈 비서관과 또다른 비서관 2명을 대동하고 앉아 재판을 지켜보기도.

재헌씨와 같은 줄의 방청석에는 정해창 전비서실장 서동권 전안기부장등
율사출신 측근들이 나란히 배석해 눈길.

이날 법정에는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유명한 하일지씨와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의 김영현씨등 2명의 소설가가 방청객으로 나와 눈길.

<>.이날 공판에서 기업인중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대림 이준용
회장과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이회장은 다른 기업인들과는 달리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당시의 구체적인
성황과 대가성, 대부분 기업인드이 노씨에게 전한돈은 뇌물이라는 등
검찰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

또한 정회장도 검찰신문에 대해 거침없이 하고싶은 말을 내뱉듯이 해
3~4차례 폭소를 자아냈다.


<>.이날 오후 6시24분께 재판부가 공판종결을 선언한후 노태우 피고인이
퇴정하려하자 앞서 이원조 피고인이 재빨리 노씨에게로 다가가 목례를
하면서 몇마디로 나누는 모습.

이.금피고인은 노씨에게 "추위에 건강조심하라"고 먼저 인사했고
노씨는 "내걱정말라, 미안하다"고 대답.

그러나 김종인.이현우씨는 노씨가 퇴정할때 뒤따라 나서지 않고 노씨가
퇴정한뒤 나중에 퇴정해 대조.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