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검찰의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면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돈 준 기업인에 대한 보강
수사, 해외비자금수사등 크게 세 갈래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내역에 대해 강한 수사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정치권에 대대적인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 것이 예상
된다.

또 기업인 수사도 불입건처분한 20명의 30대 대기업총수들에 대해서 앞으로
수사진행 과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문제가 일단락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이와함께 스위스은행 은닉등 해외비자금 문제는 율곡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 정치권 수사 >>>

이 부분은 검찰의 이날 수사결과 발표발표 내용중 가장 관심을 끈 대목
이다.

검찰은 발표자료에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사용처가 확인되지 아니한
부분, 특히 정치권에 유입된 자금이 있는지 여부와 그 규모등에 대해서는
노전대통령과 이현우전경호실장등을 계속 추궁하는 한편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계좌추적등을 통해 그 전모를 밝히겠다"며 과감한 수사의지를
표명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노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비자금 총액 4천5백억~4천
6백억원중 3천7백억여원은 사용처가 확인됐으나 노씨가 끝내 진술을 거부
하고 있는 8백억~9백억여원중 상당 액수가 정치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중점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기업인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민자당 중진 C의원등 여야정치인
10여명이 대기업총수들로 부터 돈을 받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따라서 곧 노씨나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여야 중견 정치인중 상당수가 검찰에 불려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중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강제로 뜯어내는등 죄질이 나쁜 정치인에
대해서는 구속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전두환전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까지 가세하게 되면 검찰의
향후 정치권 사정은 "피비린나는 내전상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 수사전개라는 새로운 변수를 놓고 보면 검찰의 이날 중간
수사결과발표는 이 사건을 일단락짓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더 큰
폭풍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인상을 더 강하게 풍긴다고 볼 수 있다.

<<< 기업인 수사 >>>

검찰의 기업인 처리 수위는 당초 예상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풀이
된다.

이미 구속된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외에 30대 대기업 총수 대부분이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예측됐었으나 뚜겅을 열어 본 결과 김우중대우그룹회장,
최원석동아그룹회장, 이건희삼성그룹회장등 8명만 불구속되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됐다.

불구속기소된 8명중 30대 대기업총수는 이건 대호그룹 회장을 제외한
7명인 만큼 30대 대기업총수중 사법처리 대상이 된 기업인 수는 결국 8명선
에서 매듭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처리기준에서 특혜성 여부와 뇌물공여액의 규모, 과거
전력등을 감안하는 한편 국내외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도 폭넓게 고려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은 다소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앞으로 사법처리 기준과 관련, 형평성 논란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불입건된 26명중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드러난 김용산극동그룹
회장등 6명을 제외한 20명에 대해서는 "향후 수사진행 과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가 재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
했다.

<<< 해외비자금 / 율곡비리 >>>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이전부터 율곡비리과 스위스은행 은닉 부분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이후에도 수사가 계속될 것임을 여러차례에 걸쳐 강조한 바
있다.

이중 스위스은행 비밀계좌부분은 보다 장시간을 요하는 만큼 검찰은 우선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기종 변경의 대가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리베이트를
챙겨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율곡비리를 먼저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검찰은 곧 이종구전국방장관과 김종휘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등
핵심 관련자 10여명에 대한 소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함께 노씨의 딸 소영씨의 미화 20만달러 밀반입 사건을 수사
했던 미국연방검찰과 스위스 정부와의 지속적인 사법공조를 통해 인내심을
갖고 노씨의 해외 은닉 비자금도 철저히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