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전대통령의 구속으로 연말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구속과 민자당 당명변경, 5.18특별법제정,
전 전대통령구속 등 메가톤급 조치들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김영삼대통령이 과연 어떤 구상을 갖고
이처럼 정국을 몰아가고 있으며 정국구상의 종착역은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릴수 밖에 없다.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이 정치적 급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정국은 역시 김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대통령의 정국구상은 결국 정치판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정치개혁에 최종
목표를 두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민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과거의 구태의연한 정치관행과 구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인물에 의한 새로운 정치구도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세계중심국가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치구조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게 김대통령의 판단이다.

사회 각부문중 가장 낙후된 정치권의 인적, 제도적 개혁없이는
국가발전은 고사하고 오히려 정치권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게
김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급류를
타기 시작, 노씨구속, 민자당 당명변경, 5.18특별법제정, 전씨구속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김대통령 나름대로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김대통령의 이러한 시나리오가 돌출변수들에 의해 시간적으로
앞당겨지고 있어 정국이 예측불가능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씨비자금사건이 대선자금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전으로 변질된
것이라든가 5공세력의 정면도전등 돌출변수의 출현이 5.18특별법제정,
전씨구속 등의 신속하고 강도높은 조치들을 나오게 하고 있다는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여기에 여권의 현실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과거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김대통령의 역사청산에 대한 의지가 숨가쁜 정국에
한몫을 거들고 있다.

청와대관계자들이 최근 조치들을 "무혈혁명"과 "명예혁명"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도 김대통령의 역사청산에 대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한 청와대고위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마키아벨리적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여권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번이 과거의
그릇된 역사를 바로잡을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관계자는 "집권당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좁은 안목에서 보지 말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마느냐의 역사적 안목에서 봐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노씨와 전씨등 전직대통령 두사람을 구속함으로써 5,6공세력이 현재의
민자당에서 떨어져 나가는 어려움과 아픔이 있을지라도, 또 이것으로
인해 내년총선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더라도 정치권의 부패구조추방과
과거역사청산, 제도적 개혁 등은 중단될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볼때 김대통령은 앞으로도 정치권의 소용돌이를 적당히
호도하거나 봉합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노씨 부정축재사건을 계기로 구태에 물든 정치권과 기업풍토를 반드시
정화한다는 방침아래 부정축재한 정치인에 대한 사정을 과감히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 대한 사정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는지 가늠할수 없지만
적어도 노씨에게 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5.18특별법을 제정,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전.노씨등 군사반란세력에
대한 단죄를 마무리짓고 곧이어 연말 전면개각으로 정국수습에 나설
전망이다.

그리고 내년1월 집권여당을 환골탈퇴시켜 새인물들에 의한 새로운
정당으로 총선정국에 임한다는 구상이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