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를 바꾸지 않는 헌법개정이 과연 이루어질것인가.

또 여권핵심부가 노리는 개헌이 헌법부칙만 바꾸자는 것인지 아니면 차제에
대통령연임제등 정치권을 강타할 메가톤급 프로그램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은 "5.18특별법"의 위헌소지를 원천적으로 해소키 위한 개헌추진방침이
정치권에 일파만파를 던지면서 "정파적 이해에 얽매인 발상으로 엄청난
국력소모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일자 한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개헌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는 정치권인사는 거의 없다.

개헌필요성을 공식제기했던 민자당의 강삼재사무총장은 30일 특별법제정만
으로 문제해결이 될경우 개헌이 필요없다며 한발짝 물러났다.

청와대의 한승수비서실장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의 정국돌파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인사들은 여권이
개헌을 완전히 백지화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면 개헌도 하겠다"는 여권의
명분에 표면적으로 반대할 처지가 못된다는 점때문에 대응방안모색에 부심
하면서 여권의 심경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여권핵심부가 개헌추진의사가 있더라도 개헌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에서 이같이 분석하는 근거는 우선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나 자민련
의 김종필총재가 자신들의 정국주도권을 송두리째 앗아갈 여권주도의 개헌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또 민자당의석수가 재적의원 3분의2이상 찬성이라는 헌법개정안 의결
정족수에 턱없이 미달한다는 점도 들고 있다.

또 현행법만으로도 두전직대통령을 처벌할 수 있는데도 여타관련자를 처벌
하기 위해 구태여 개헌까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권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의 의결을 거친뒤 실시될 국민투표에
김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성격을 가미할 것이 분명하다.

헌정문란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주장에 대해 찬성하는 국민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한마디로 무임승차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현정권으로서는 "국민적 행사"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 보는 것이 밑져봐야 본전인 셈이라는 얘기다.

민자당측은 일단 개헌이 필요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합리적인 선택이라면서도 여전히 "눈치" 보는 일을 남겨두고 있다.

야권은 여권핵심부가 국가장래보다는 현실적 이해타산에만 집착,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여권이 백지화쪽으로 선회한데 대해서도 일단 애드벌룬을 띄워본것
아니냐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현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복합적으로
내포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야당주변에는 "5.18"문제해결을 빙자, 대통령중임허용등 핵심적인 헌법
체제개편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정의 중심을 잡지못해 발생한 웃지못할 해프닝"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개헌을 추진할 경우 김대중총재가 여권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의 안을 마련, 김대통령에 앞서 개헌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점치고 있다.

김종필총재는 차제에 내각제개헌을 하자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두 김총재는 경우에 따라서는 야권의 단일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떠한 경우에도 임기중 개헌을 하지 않겠다"던 김대통령이 과연 개헌
이라는 결단을 내릴지 또 그럴경우 명분에서 밀리고 있는 야권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알것 같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