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를 바꾸지 않는 헌법개정이 과연 이뤄질 것인가.

또 여권핵심부가 노리는 개헌이 헌법부칙만 바꾸자는 것인지 아니면
차제에 대통령연임제등 정치권을 강타할 메가톤급 프로그램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일각에서 ''5.18 특별법''의 위헌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개헌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개헌문제가 정치권의 최대현안으로 부각
되고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여권의 명분에 야당도 반대할 처지는 못된다.

그럼에도 개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개헌
그 자체가 갖는 엄청난 의미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몇가지 이유를 내세워 개헌이 쉽지 않을것이라고 보고있다.

우선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나 자민련의 김종필총재가 자신들의 정국
주도권을 송두리째 앗아갈 여권주도의 개헌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또 민자당의석수가 국회재적의원 3분의2찬성이라는 헌법개정안 의결
정족수에 턱없이 미달한다는 점이다.

물론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국민투표에서의 통과요건인 과반수투표에
과반수찬성은 별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큰 변수는 아니지만 또한가지는 현행법만으로도 두전직대통령을 처벌할
수 있는데도 여타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개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는 점이다.

여권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의 의결을 거친뒤 실시될 국민투표에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성격을 가미할 것이 분명하다.

야권에서는 한마디로 무임승차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국민적 신뢰나 인기를 잃고 있는 현정권으로서는 그같은 "국민적 행사"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이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게
일부의 분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권내부에서도 헌법부칙만을 바꾸는 개헌은 피해야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민자당의 경우 "5.18특별법" 기초위원회가 30일 회의를 갖고 의견을
조율했으나 가능하면 헌법은 손대지 않고 위헌의 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당지도부는 특별법 기초위원회의 결론을 공식당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여권이 국가장래보다는 현실적 이해타산에만 집착,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야당은 여권이 개헌추진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대응을 삼가하면서 여권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이날 논평을 유보한채 진의파악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복합적으로 내포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야당주변에는 여권이 "5.18"문제해결을 빙자, 김대통령의 신임을 물으면서
대통령중임허용등 핵심적인 헌법체제개편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개헌을 추진할 경우 김대중총재가 여권이 받아들이기
쉽지않은 내용을 포함하는 개헌안을 마련, 김대통령에 앞서 개헌정국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자민련의 김종필총재도 마찬가지다.

차제에 내각제개헌을 하자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두 김총재는 경우에 따라서는 야권의 단일 개헌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떠한 경우에도 임기중 개헌을 하지 않겠다"던 김대통령이 과연 개헌
이라는 결단을 내릴지 또 그럴경우 명분에서는 밀리고 있는 야권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알것같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