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구속수감으로 비자금파문 제1라운드가 끝남에 따라
정치판을 뿌리채 뒤흔들수있는 제2라운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가톤급의 후폭풍 위력을 발휘할 92년 대선자금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부분에 대해 조사한다고 했고 여야정치권도 밝혀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다.

하지만 과연 대선자금이나 노전대통령의 후보별 지원내역이 밝혀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서만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할뿐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여권은 김영삼대통령이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단언해 버리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김윤환대표는 간접화법을 통해 당시 대선후보들이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어떤형태로든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고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직접받지 않았거나 당을 통하지 않고 특정인이 자금을
건넸을 경우 노전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달리 해석하면 노전대통령이 입을 다물면 대선자금은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거에 관여했던 한 사무처요원은 18일 이와관련, 당사무총장이 공식결재한
대선비용이 1천6백억원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자당은 대선당시의 자료가 파기되고 없어 정확한 총액이나 내역을
확실히 파악할 수 없다며 공개를 기피하고 있다.

이 관계자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여권의 대선자금은 당이 공식지출한 경비와
후보나 후보주변에서 쓴 비용까지 합쳐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봐야 한다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금까지 당직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노전대통령의 당에 대한 지원은
고작해야 1천억원을 겨우 넘는 선에 지나지 않는다.

민자당이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선자금의 상당액은 노전대통령이
누군가를 통해 별도로 지원했거나 후보측이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민들의 의혹이 한껏 부풀려져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을 경우
내년총선이 엄청나게 힘든 싸움이 될것이 뻔한데도 민자당이 엉거주춤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여야가 노전대통령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뒷감당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전대통령이 여야 어느 한쪽에 대해서만 얼마를 지원했다고 밝히는 경우
진실이야 어떠하든 밝혀진 쪽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전대통령이 검찰에서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말할수 없다고 했지만
수감직전 "정치인 갈등은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고 한 대목은 경우에
따라서는 밝힐 수 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친인척에 대한 사법처리여부등을 지켜보면서 노전대통령이 심경의 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노전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의 강도나 그 이후의 조치등에
대비한 히든카드 성격을 띠고 있어 뇌관이 터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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