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자정선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
하면서도 자성선언이 재계 스스로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외압"에 의한
부득이한 "통과의례" 정도로 보는 인사가 많다.

또 상당수 여야의원들이 자정선언과 관계없이 모든 의혹이 규명돼야하고
검찰에서도 소환조사의 범위를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에 미칠 파장과 관련하여 조사대상기업의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있다.

소속정당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여야의원들은 이번기회에 조사할 기업은
모두 소환조사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의혹을 받고 있는
50여개 그룹전부를 대상으로 할필요는 없고 특별히 문제가 되는 기업만을
조사하면 충분할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자정선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오후
늦게서야 "뼈아픈 자기반성으로 받아들인다"는 논평을 내놨다.

손학규대변인은 "정경유착과 일부 기업경영행태에 대한 국민의 곱지않은
시선도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유흥수 정책조정위원장은 "만시지탄"이라며 "이번에는 재계 결의가 제대로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김호영 기자 >


<>.새정치국민회의측은 자정선언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기업인들은 우선 비자금의혹을 밝히는데 협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원대변인은 "정경유착의 단절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재계에 충고한다"고 논평했다.

김원길의원은 "전경련을 축으로한 기업의 "자정선언"은 기업차원의
"자윙"일뿐 큰의미를 부여할수 없다"며 "조사할 기업은 모두 조사해서
노씨의 비자금 전모를 밝혀야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차제에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계기가 만들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철총무는 "과거에도 이런 자정결의는 몇번 있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 자정선언이 마지막 선언이 되도록 실천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그동안 가해자는 정권이었고 기업들은 피해자였다는 논리로
자기입장을 변명해 왔으나 실제 기업은 방조자 내지 공범"이라며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그들에게 반성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정경유착도
단절될수 있을것"이라고 언급.

자민련의 구창림대변인은 "경제계 중진들이 비자금정국의 와중에서 긴급
회동하여 자정을 결의한 것을 평가한다"며 "경제쪽에 파장이 최소화되는게
소망스럽다는 것이 우리당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구대변인은 그러나 "비자금수사에는 경제계도 협조하여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문희수.김태완기자>


<>.청와대는 재계가 3일 대국민사과성명을 통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자정의지를 밝히자 정경유착의고리를 끊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뜻을
재계차원에서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

한 관계자는 "부정부패는 주는쪽과 받는 쪽이 모두 실천의지를 가질때에
비로소 근절될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재계의 자정선언은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재확인하고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언급.

이관계자는 "기업인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시점에서 이같은 자정선언이
나와 재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다소 씻어줄 것으로 기대
한다"면서 "세계각국이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때에 기업들은 이번사건
으로 흔들리지 말고 국제경쟁력강화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강조.

청와대는 특히 이번 재계의 자정선언이 재계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한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거 군사정권처럼 정부가 개입돼있다는
인상을줄까봐 우려하는 모습.

한승수비서실장은 "사전에 보고받은 바가 전혀 없다"면서 "재계가
자발적으로 알아서 한 일"이라고 강조.

한이헌경제수석도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재계가
나름대로의 필요에 의해 하지 않았겠냐"고 반문.

<최완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