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직대통령의 비자금파문과 이에 부수해 불거진 92년 대선자금
공개문제등을 놓고 3김이 구사할 해법과 향후 전략이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지각변동의 정계개편이 뒤다를 수도 있고 정치권의
세대교체로 이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엄정처리를 다짐하고 있으나 대선자금문제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어 앞으로의 그의 선택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대중총재는 20억원을 받은 사실로 엄청난 정치적부담을 않은채 현상
타개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특별한 카드가 없는 김종필총재는 여전히 침묵만 지키고 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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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S ]]]

비자금정국을 보는 김영삼대통령의 시각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혼란스런 정국을 정정당당히 정공법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전대통령에 대한 처리문제도 "성역없이 공명정대하게 법에 따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있다.

30일 국무위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는 "만민이 법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 예전의 "법에 따른 처리"
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3부요인및 여야 대표와의 오찬회동에서는 "이문제를 적당히 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사심없이 공명정대하게 처리하겠다"며 이번 파문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적 흥정이나 정치적 절충은 생각할수도 없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노전대통령의 사법처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이번파문을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하는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기회에 정국주도권을 다시 잡고 주춤거리기 시작한 개혁작업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세계화시대에 개혁이 가장 이뤄지지 않은 곳이 정치분야라는 것은
김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다.

정치권의 개혁과 세대교체를 통한 물갈이가 이번 기회에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30일 여야대표와의 오찬회동에서 "이것을 그대로 두면
국민들의 정치불신때문에 여야 할 것없이 다 죽는다"며 "이번 기회에
여야가 모두 반성하고 정치권이 반성해 새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정치권 개혁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김대통령은 또 "여야를 막론하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그냥 두지
않겠다"며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 정치자금법, 선거법등을
고쳐서라도 돈안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각에는 정경유착을 단절시키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정공법으로 나오고 있는데는 정치자금에 대한
자신감과 이번기회에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야권에서 대선자금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선자금을 밝혀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기업으로부터 돈을 한푼도 받고있지 않다는 사실만
으로 과거정권과의 도덕적 차별성은 분명하기 때문에 대선자금이 치명
적인 부담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노 전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나타내면서 "(노
전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대선을 앞두고
당간부가 탈당해도 충격이 큰데 총재가 탈당했다","동지들과 홀로서기를
시작했다","3당합당후 나를 죽이려는 음모가 진행됐다"고 말한 대목들은
노 전대통령이 자금지원을 별로 하지 않았다는 간접표현으로 해석된다.

김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부분에 대해 자신있다는 얘기로도
비쳐진다.

<최완수기자>

[[[ DJ ]]]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는 30일 열린 당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회의 서두에 "대선자금 20억원 수수 발원으로 국민과 당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짤막한 발언만 했을뿐이다.

자신의 이날 청와대오찬 참석문제를 놓고 참석자들간에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불참쪽으로 결론이 날때까지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만했다고
박지원대변인은 전했다.

김총재가 장고에 들어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총재는 귀국후 자신의 북경발언이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외의 큰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하다.

더욱이 여권의 ''화답''이 없는데 대해 고심하고있는 모습이다.

이이대해서는 당내에서조차 "발표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자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내년 총선, 더 나아가 차기 대선에 대한 김총재의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비자금정국이 멀리는 자신의 정계퇴진을 포함한 정계대개편을
겨냥한 여권의 의도적인 작품이라는 관측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것 같다.

하여튼 김총재는 여권에 앞선 시인발언, 특히 5.18문제의 핵심인
노 전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때문에 제기되는 비난을
곤혹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대해 한 당직자는 "어쨌든 북경발언으로 5.18문제에 대처하기가
어렵게됐다"고 어려움을 실토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5.18문제를 3대현안의 하나로 정해놓고있는 국민회의로서는
치명상이 아닐수 없다.

김총재의 또다른 고민은 현재의 역경을 풀어갈수 있는 카드가 극히
제한돼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 핵심당직자도 "대여 강경투쟁외엔 대안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대여강경투쟁이 김총재가 정계복귀후 심혈을 기울여
가꾸어온 ''온건.보수''의 정치적 이미지와 상충된다는데 있다.

''정치9단''인 김총재가 장고를 통해 어떤 타개책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희수기자>


[[[ JP ]]]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 것인가.

김총재의 1백억원계좌설이 당시 수사검사였던 함승희변호사의 직접
확인을 계기로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음에도 김총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총재는 그동안 ''비자금정국''이라는 무대에서 관객의 입장에 머물러
있었다.

민자 민주 국민회의의 각축전에서 한발 빠짐으로써 최대의 반대급부를
얻을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당내 일각에서 이제 "김총재의 ''침묵''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적극 대응론을 주장하고있으나 JP의 변화는 감지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공세도 김총재에게는 큰 부담이다.

민주당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총재를 ''부정부패의 원조''라고
비난하면서 "국회윤리위에 제소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이부영의원은 "김총재가 한.일회담 당시 일본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았다"
며 확전을 시도했다.

김총재는 측근인 이긍규비서실장이 이날 "김총재가 당시 민자당대표였던
만큼 그 계좌는 당이 관리하던 가명계좌였을 것"이라고 진화를 시도한
것도 우선 당내외에서 번지고있는 의혹의 확산을 막아야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의 측근들은 그러나 김총재가 1백억원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쉽게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섣불리 해명에 나섰다가는 곧바로 ''비자금 소용돌이''에 휩쓸려 정치권의
표적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총재가 대선자금공개 등 향후 여권의 대응등을 보아가며
장고한 후에라야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태완기자>
대해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