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기존 정치권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각당은 격랑 정국의 주도권 잡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에따라 여야간의 대화는 상당기간 어려울것 같고 야당간에서 선명
성 경쟁과 함께 총선을 앞둔 차별화 전략의 구사등으로 정국전반이 얼
어붙고 있다.

야권은 6공비리에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현여권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으나 여권은 범위를 비자금사건에 국한시켜 조기에
종결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노전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문제를 놓고도 각당은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며 대응하자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검찰이 기소하게 되더라도 전직대통려이 가급적 구속은 되지 않는선에서
사법처리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국민회의와 민주당 자민련등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조치에 이어
곧바로 구속수사가 이뤄져야한다는 강경한 자세다.

특히 정치권의 핵폭탄으로 비유되는 대선자금공개문제를 놓고 김영삼대
통령과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 자민련의 김종필총재등 여야수뇌부가 정치
생명을 걸다시피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이같은 여야 대치국면은 장
기화할 전망이다.

이들 3김은 이번 사건을 기회로 건곤일척의 마지막 승부를 내겠다는 단
호한 태세다.

때문에 정가일각에서는 내년 총선때까지는 3김이 자리를 같이하는등의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결코 없을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대통령이 30일 캐나다 미국순방외교 결과를 설명하기위해 마련한 3
부요인과 정당대표들간의 청와대오찬모임에 DJ와 JP가 불참한것도 이들간
의 미묘한 줄다리기와 향후 정국전개와 관련해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두 김총재가 청와대오찬이 불참한 것은 우선은 여권이 김대통령의 대선
자금내역을 사실상 공개하지 않기로 한데 대한 강력한 항의표시로 해석되
고 있다.

그동안 여야영수회담을 끈질기게 주장해왔던 김대중총재로서는 자신의
"자진공개"에도 불구,김대통령의 반응이 없다는 점을 앞으로 여권의 도덕
성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등 야권일부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한 그로서는 이를 만회할 별다
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측이 "국민에게만 법을 지키라고 하고 지기들만 성역으로 남겠
다는 오만불손하고 반법치적인 국민우롱행위"라는 반응을 보인것은 여권
이 쉽게 대선자금을 공개할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여권에 대한 공격은 김총재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일반의 관
심에서 점차 사라지고 여권의 감추려는데 따르는 의혹을 증폭시켜 나갔다
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현정부가 6공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정가에서 일고 있는 야권일부의 여권으로의 편입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백억원 수수설에 휘말리고 있는 김종필총재로서도 김대통령의 대선자
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만이 위기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
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이날 청와대 오찬의 불참이유로 "밥이나 먹고 말한마디 못하는 자
리라면 굳이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구새대 정치인에 대한 물갈이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미묘한 정국상황에서
비록 사소한 일이긴해도 김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
들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비자금파문은 노전대통령의 신병처리를 둘러싼 여야대치가 심화되
면서 동시에 구정치인들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의 공개문제를 놓고 3김
의 "생존경쟁"이라는 함수가 더해진 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해법도 고차방정식의 풀이처럼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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