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 비자금의혹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면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비자금정국이 27일 노태우전대통령의 대국민사과로 일단 사태를
조기 수습하려는 여권의 수순에 가닥이 잡히고 있다.

물론 정치적으로나 법적인 완전한 매듭은 이날 노전대통령이 밝힌
내용이나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는 부분에 대한 검찰의 추가확인 작업이
진행된 뒤라야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있다.

이날 노전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그동안 여권의 "옥죄기"와 연희동측의
버티기가 사실상 끝났음을 뜻하고 연희동측이 해법의 큰줄기를 현여권의
처분에 맡기겠다는 투항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미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연희동측이 정치적 타협점을 고집해
봤자 이미지만 더욱 실추되고 또 현집권세력이 더이상의 방패막이가
되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대신 양측간에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제 "정공법 이외에는 달리 길이없다"던 여권핵심부의 사태수습 수순과
그 수준에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이 의도된대로 사태를 조기 수습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 의외의 대파란이 일지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여권의 향후 수습수순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그 결과에
따른 사법처리여부결정및 그에 부수적으로 필요할지 모르는 정치적
사면조치 등으로 집약된다.

여권에서는 엄청난 비자금규모나 퇴임후 이를 은닉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동원한 점등 노전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엄청난
비난여론 등을 감안할때 검찰수사에 이어 기소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5천억원이 전부 다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아있고 또 노전대통령이
밝힌대로 대부분 기업의 성금에 의해 조성이었는지 율곡사업등 각종
국책사업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조성됐는지등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

이같은 의혹은 결국 당사자인 노전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로 밝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정치권의 핵폭탄이랄수 있는 여야의
정치자금 특히 지난 대선때 여야후보들에게 얼마씩 지원됐는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현재의 국민정서를 감안할때 이같은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없이 이사건을
종결하기는 쉽지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특히 대국민사과문에서 "필요하다면 당국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바있어 금명간 노전대통령이 검찰에 자진출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국민사과와 검찰수사등의 수순에 대해서는 이미 여권
핵심부와 연희동측이 사전에 합의한 소위 "각본"에 해당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검찰수사 이후의 사법처리여부문제를 놓고 양측간에 여전히 절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전대통령이 비자금 조성경위나 사용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은 막바지 "담판용"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연희동측이 정치적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는 의사는 사용하고 남은
"통치자금의 처리문제"와 "낙향"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점에서도
엿볼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여튼 기소여부는 노전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전직대통령이 건국후 처음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될지가 이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은 기소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처리를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실감케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어 검찰의 기소는 예정된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연희동측도 이같은 여권일각의 분위기를 감지,"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대국민사과문에 뒤늦게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소가 되더라도 유죄판결로 이어질지 또는 실형이 선고될지는
미지수다.

유죄판결로 이어질 경우 여권핵심부로서는 두가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우선 노전대통령도 우려를 표명했듯이 전직대통령을 사법처리하면서
그에게 돈을 준 기업인등에 대한 처리문제는 어떻게 할것이냐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다음으로는 현여권이 6공과의 완전한 단절을 꾀해야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된다.

정치적 명분상 6공 상징직 인물을 사법처리하면서 6공 국정운영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현여권세력으로 끌어안고 가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5개월여후의 총선에서 제1당이 되기 쉽지않다는 분석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5,6공 인사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권핵심부의 일부인사들이 전직대통령이라는 신분과 관례화되어왔던
"통치자금"이라는 점등을 고려,정치적 사면은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여권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기위한 정치
혁신과 세대교체의 기회로 활용해야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펴으로는 지각변동의 정계개편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이들은 김영삼대통령에게도 다소 부담은 되겠지만 이번 기회에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여야정치권에 유입된 경로와 규모를 밝히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을 구체적을 밝힐 경우 현직 대통령보다는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가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몇일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다던 김총재가 그것도 북경에서
부랴부랴 20억원을 받았다고 밝힌것은 위기위식의 발로 아니겠느냐고
보고 있다.

대선자금의 공개는 구정치인에 대해 염증을 가진 유권자들을 자극하게
되고 자연스레 세대교체의 바람을 확산시킬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민자당을 해체, 5,6공인사를 배제하고 민주당
인사들과 비정치권의 덕망가나 참신한 인사들로 새정당을 창당, 총선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인기없는 민자당으로보다는 그래도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하 수사가 이래저래 우리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몰고올 엄청난 파장에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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