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의 15대 총선 불출마선언은 여권핵심부에서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는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있는데다 앞으로 전개될
공천정국의 방향을 예고해주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나부총리는 그동안 사석에서 지금과 같은 관행의 지역구 의정활동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지구당위원장직을 내놔야겠다는 의사를 종종 내비쳐
온터라 그의 불출마선언은 예견됐던 일이다.

내년 총선에 나서더라도 야당의 20대 신예에게 신승한 지난 총선에서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점도 나부총리에겐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가 여권내 최고 경제브레인이자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정치를
구현하는데 앞장서온 몇안되는 의원중 한사람이었다는데서 그의 결단이
정치권에 주는 파장은 상당히 클것으로 보인다.

나부총리의 불출마선언이 내주초로 예정된 민자당의 사고지구당 조직책
1차인선을 목전에 두고 나왔다는 대목은 이같은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자당은 내주중 10명정도의 조직책을 임명할 예정이나 한 고위당직자는
"이번에는 이미 내정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인선방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당직자는 그러나 "2차 인선에서는 새인물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고
말해 지구당위원장의 세대교체바람이 불어닥칠 것임을 공언했다.

여권핵심부에서는 총선공천문제와 관련, 외형적으로는 "당선가능성"을
최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40~50대의 참신한
인물들을 대거 내세워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의 물갈이를 꾀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다.

이에대해 여권핵심부의 한 관계자도 ""해방둥이"인 김기재총무처장관과
40대 초반인 강삼재사무총장을 발탁한 사례가 앞으로 있을 내각개편과
공천과정에서도 상당부분 참작될 것으로 본다"며 세대교체론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나부총리의 지구당위원장직 사퇴와 불출마선언과 관련,
"나부총리의 경우가 민자당내 일부 의원들에겐 알아서 사퇴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할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영삼대통령이 당총재로서 내년 총선공천을 한사람 한사람 직접 챙기겠다
는 의지를 수차례 천명한 것도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
은 "용퇴"하라는 경고로 봐야 한다는게 당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미 지구당위원장직을 내놓고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안찬희(경기
가평.양평) 박경수의원(강원횡성.원주)과 나부총리에 이어 멀지않아 상당수
의원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