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은 30일 정부가 마련한 총 6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민자당은 이날부터 오는 9월5일까지 분과위별 예산심의를 거친뒤 추석연휴
전날까지는 예산안 계수조정을 마치고 예산안편성작업을 사실상 끝낸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어 9월12일 최종 당정협의를 갖고 새해 예산안을 확정, 이튿날
당무회의에 보고한 다음 예산안을 제1백77회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민자당은 올해의 경우 예산안편성을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4당체제의 출범이다.

문민정부들어 정치현안에 걸려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적도 있지만 예산안
편성과정은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다.

예산심의과정에서 "야당몫"도 적절히 챙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예산심의 여건은 양당구도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신경써야할 야당이 3개나 되는데다 15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터라
종전처럼 호락호락 넘어갈것 같지는 않다는데 민자당의 고민이 있다.

지난 6.27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자당으로서는 각 지역의 현안관련
사업비를 대폭 올려 총선을 앞두고 "그래도 여당"이라는 분위기조성에 나설
작정이지만 이 또한 야3당의 눈때문에 여의치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간 "나눠먹기"로 인해 사상 최악의
"누더기 예산"이 될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여름 중부권을 강타한 수재도 예산안심의과정의 "복병"중 하나다.

당장 이날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경기.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수재복구비를 예산에 대폭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편성키로한 1조8천5백억원선의 추경예산에도 수해복구
와 보상비 지원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추경을 재편성하라고
주장했다.

예결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추경안중 교육환경개선투자지원(3천억원)항목은
추경대상이 아니며 예산회계법에도 위배되는만큼 이를 수해복구비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재복구비문제는 국회심의과정에서 야당측으로부터 더욱
거센 증액요구를 받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자당은 내년도 예산안의 규모는 일단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회간접자본확충 농어촌구조개선대책 중소기업육성 사회복지확충등
당의 역점사업관련 예산은 다른 부문의 예산을 삭감해서라도 최대한 반영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관계자들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될 부문으로
지역개발사업비와 추곡수매를 꼽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예산국회의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개발사업비를
조금이라도 더많이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온 관행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예산심의 첫날부터 대전.광주에 연고를 둔 의원들이 대전과
광주지역의 지하철건설사업비가 단한푼도 책정되지않은 것을 두고 지역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 예산심의 전도가 순탄치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정기국회때만되면 불거져 나오는 추곡수매문제는 올해엔 한층 수매가.
수매량 결정에 진통을 겪을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매가동결에 9백60만섬 수매를전제로 예산안을 짰지만 민자당은
수매가동결은 수용할수 있으나 수매량은 적어도 전년수준인 1천50만섬수준
으로 늘려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추곡수매문제는 국회로 넘어가면 수매가와 수매량 모두를 대폭 증액하라는
야당측 요구와도 맞닥뜨릴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자칫하면 추곡이 예산안
심의의 볼모가 될 공산도 없지않다.

인건비와 방위비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자당은 인건비와 관련,공무원봉급을 금년대비 8~9% 올려 공무원사회의
사기진작을 꾀한다는 계획이나 야당측은 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편성이라고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한자리수를 유지해온 방위비의 경우 여권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10%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게 당관계자들의 얘기다.

당관계자들은 국민총생산대비 국방비비중과 정부재정에서 국방비가 차지
하는 비중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며 남북대치라는 특수한 상황과 미래안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할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방위비수치는 청와대에서 최종 결정할 사항이지만 국방부의 뜻이 1백%
반영될 경우 방위비는 지난해에 비해 13.5% 늘어난 12조5천억원선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측은 이에대해 군비축소가 세계적 조류인만큼 방위비의 두자리수
증액은 적절치 않으며 따라서 급작스런 방위비의 대폭 증액은 군의 환심을
사려는 조치라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