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19일오전 청와대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만나
지난 14대 대통령선거 당시의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전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통령과 정회장의 이번 만남은 지난 92년12월 대선이후 처음이며
정회장이 지난 8.11대사면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김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김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졌다.

김대통령은 정부와 한때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이건희삼성그룹회장과
지난7일 회동한데 이어 이날 정회장을 만남으로써 집권후반기의 국정지표
인 "대화합과 화해의 정치"를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배석자없이 23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화합의 정신을 거듭
강조하면서 "우리에게는 더이상 미움과 분열과 갈등으로 소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미움을 사랑으로,분열을 통합으로,갈등을 조화로 바꾸어
나가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특히 "국가와 민족을 생각해 경제발전에 전념해 달라"며
"지난 사면조치에 경제인들이 포함된 것도 경제발전에 진력해 일류국가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고 윤여준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정회장은 이에대해 "이번에 사면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감사
하게 생각한다"며 특별사면조치를 내려준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정회장은 또 대선당시 현대그룹을 발판으로 정치에 참여한데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세계화시대를 맞아 경제인으로서 국가경제건설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번 면담은 국민대화합을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설정한 김대통령이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이를 계기로 두분간의 감정적 앙금은 말끔히 해소될것"이라고
밝혔다.

이당국자는 "김대통령이 박태준전포철회장에 대해서도 계속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박전회장과의 회동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대통령과 정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전경련등 경제단체들은 "정부와
현대와의 갈등해소라는 의미보다는 대화합의 새정처를 펴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큰 의미를 준다"고 밝혀 앞으로 김대통령과 재계총수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했다.

이에따라 정부와 재계간에 크고 작은 갈등요인을 원만히 해결해나가는
새로운 화합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