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국정운영구상의 일단이 18일
드러났다.

이날 민자당 당무회의의 의결을 거친 당헌.당규개정안은 김대통령이
그동안 예고해온 "중대 결심"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개정 당헌.당규는 한마디로 김대통령의 "친정체제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원내총무경선폐지 대표명칭변경 대통령후보선출시기조정등 개정
당헌.당규의 골자가 전적으로 김대통령의 명에 따른 것임을 감안해볼때
친정강화 의지를 읽을수 있다.

개정 당헌.당규의 "행간"을 뜯어보면 당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이 내비치고 있다.

개정 당헌.당규의 핵심은 대표의 명칭을 종전대로 대표위원으로 환원하고
대통령후보 선출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볼수있다.

김대통령은 김종필씨를 내보낸 직후인 지난 2월 당헌.당규상의 대표위원을
대표로 바꿔 JP후임으로 이춘구대표를 낙점하면서 "당무의 전권을 이대표
에게 맡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표의 명칭에 걸맞는 권한과 위상을 부여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그런만큼 대표명칭의 대표위원으로의 환원은 단순한 자구상의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수 있다.

당내에서는 이와관련,대표위원의 경우 총재를 대신해 대내외적으로 당을
대표한다기 보다는 당무위원중의 대표로 격하된듯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향후 당운영을 신임 대표위원보다는 총재중심의
직할체제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보다 확실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대통령후보 선출시기의 조정이다.

김대통령은 17일 이대표로부터 마지막 주례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기 1년전부터 90일전까지"로 규정된 차기 대권주자
의 선출시기를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기 90일전까지"로 변경토록 지시했다.

대통령후보 선출시기는 후계구도와도 직결돼 있는만큼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수도 있는 김대통령 고유의 "카드"의 일단을 미리
내보인데는 그만한 배경이 깔려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를두고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그 진의파악에 술렁대는 분위기다.

당관계자들은 대체로 김대통령이 후계구도를 조기에 가시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1년전부터"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은 후계구도의 가시화를 가능한 늦춰
당에 대한 장악력을 최대한 지속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을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않으나 그 반대의 가능성이 높다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임기만료 1년전인 97년 2월25일 이전에는 차기 대통령후보를 확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되어있는 걸림돌을 제거한 점은 차기대권주자의 옹립을
그보다 앞당기겠다는 것으로 풀이해야한다는것.

당관계자들은 이와관련, 21일의 신임 대표위원지명과 22일의 사무총장등
주요 당직인선이 후계구도 가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직개편에서 이른바 "실세"위주로 당지도부가 짜여질 경우 내년 15대
총선에서 이들을 중심으로한 차세대 후보군을 선보이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전국위원회의 기능에 "총재가 요구하는 사항의 처리"
를 추가한 것도 후계구도 조기가시화와 직결된 대목이다.

당헌상 대통령후보는 정기전당대회에서만 결정토록 되어있는데다 당내
역학구도상 후보경선결과를 낙관할수 없는 상황인만큼 김대통령이 후계구도
카드를 적절한 시점에 활용할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와함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공천과 관련한 개정 당헌.당규도
총재직할구도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당관계자들은 얼마전 김대통령이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심결에 내뱉은 "후보자 한사람 한사람을 직접 챙기겠다"는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민주화 작업으로 도입한 원내총무 경선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종전처럼
총재가 지명하도록 바꾼 것도 당에 대한 장악력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개정 당헌.당규에서 당운영에 대한 김대통령의 복안이 드러난만큼 이제
집권후반기 국정운영에 관한 구상이 드러날 내각개편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내에서는 이홍구총리 한승수청와대비서실장등 핵심포스트의 유임을
점치는 가운데 의원겸직 장관 자리에 대한 보임과 일부 경제팀 교체등
소폭개편에 그칠것으로 보는 쪽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나 집권후반기를
맞아 국정운영의 일대 쇄신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중폭이상이 될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 이총리와 한실장은 물론 내각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중 상당수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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