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박찬종 서울시장후보 진영은 개표초반 한때 엎치락 뒤치락하던
TV개표상황이 자정을 고비로 새벽까지 민주당 조순후보의 선두달리기로
굳어지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침통한 표정.

박후보는 패색이 완연해지자 한동안 잠을 잔다며 선거대책사무실 옆사무실
로 옮겨 시간을 가진뒤 새벽 참모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며 위로한 뒤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과에 승복한다"고
패배소감을 피력.

박후보는 향후 진로에 대해 "일단 잠을 푹 잔후 며칠 푹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말하고 취재기자들과 악수를 나눈뒤 귀가.

한 측근은 "박후보가 앞으로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노동과 여성
등 소외계층에 대한 인권변호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 왔다"
고 전언.

그는 또 "지역할거주의라는 특수한 한국정치상황속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하는 회고록도 쓰고 지역감정 해소운동도 전개할 것으로 안다"고 소개.

<>.앞서 여의도 대산빌딩 3층에 마련된 박후보 선거대책본부에는 투표
종료후 참모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함께 TV 중계상황을 보면서 개표결과
에 따라 환호성과 아쉬운 탄성을 교차하며 일희일비.

오후 9시40분께 사무실에 도착한 박후보는 참모들을 일일이 격려하며
"여론조사결과에 구애받지 말고 속단하지 말라"면서 "유력지역과 부재자투표
가 있으니 끝까지 지켜보자"며 상기된 표정.

박후보는 오후 10시께 방송국 개표보도결과 1만7천여표를 얻어 조후보를
2천여표로 앞서가자 고무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
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완승"이라고 말하고 참모들과 승리의 V자를 그리기도.

박후보는 방배동 자택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한테 확실히 이긴다고 전해라"
면서 "부재자함이 열리기 시작하면 조후보를 약 5%정도 앞설 것으로 기대
한다"고 전망하면서 "DJ 간은 콩알만하고 이해찬의원은 좁쌀만한데 나는
밥알만하다"고 농담.

그러나 오후 10시30분부터 공식적인 집계에서 조후보에게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침묵을 지킨채 "부재자 투표함은 언제 개표하나"며 초조한 모습.

박후보는 패배의 원인에 대해 "공조직이 빈약하고 언론을 통한 홍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지역감정이라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확인
했다"고 대답.

한 관계자는 "초반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박후보에 대한 지지표를 효과적
으로 표로 연결시키지 못한데다 막판카드를 제시하지 못해 민주당의 추격을
허용했다"고 고백.

박후보는 또 "지역할거주의의 벽이 이처럼 높을 줄 몰랐다. 패배를 인정
한다"면서 "이번 선거는 박찬종과 DJ의 싸움이었다"고 허탈한 표정.

그는 승리한 조후보에게 축하한다고 부연.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