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부활된 4대 지방선거를 치른 27일 밤 전국의 유권자들은
개표 중계에 귀기울인채 중간집계가 발표될때마다 환성과 아쉬움의
탄식을 교차해 토해냈다.

이날 아침 일찍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한뒤 나들이 길에 나섰던 시민
들은 개표 시간이 다가 오면서 서둘러 귀가 길에 오른뒤 오후 7시께
부터는 대부분이 가족 또는 이웃들과 어울려 TV의 중간 개표 발표에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이때문에 서울등 대도시의 외곽도시는 저녁 한때 귀가 차량으로
심한 체증현상을 빚기도 했다.

시민들은 자신이 투표한 지역뿐만아니라 자신의 고향등 연고지와
관심있는 후보가 출마한 지역의 개표 결과에도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그러나 오후 7시부터 시작된 개표 작업이 투표용지
분류등 준비 과정이 길어 지면서 다소 지연되자 새벽에 일어나 중계를
볼 요량으로 일찍 잠자리에 드는 순발력을 보이기도 했다.

회사원 전호무씨(34.노원구 중계동)는 "회사동료들과 "당선자 알아
맞히기" 내기를 걸었다"며 "TV의 개표 중계가 마치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 중계만큼이나 긴장감있고 흥미진진해 밤을 샐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이날 도심을 비롯 서울을 떠나는 행락객
들로 크게 붐빌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역 청량리역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김포공항등은 의외로 한산했다.

그러나 영동 경부 중부고속도로와 서울 근교로 통하는 일부 국도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투료를 끝낸 행락 차량들이 몰려 들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극심한 체증을 빚었으며 도심의 백화점도 쇼핑객들로 크게
붐볐다.

반면 도심은 대부분의 차량들이 대거 교외로 빠져 나간 탓으로 교통
소통이 원활했다.

특히 서울역과 청량리역은 이용객이 평일보다는 20% 정도 늘었으나
일요일등 평상시의 휴일에 비하면 크게 적은 편이었다.

청량리역의 권태귀역무원은 "오전 9시 50분과 11시 50분발 춘천행
열차만이 다소 붐볐을뿐 승객이 평소 휴일에 비해서는 매우 적다"고
말했다.

이들 버스터미널 기차역등에는 베낭을 매고 여행길에 오른 회사원
대학생등의 젊은층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처럼 시외로 나가는 대중교통수단 이용객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영동 등 멀리 떠나는 젊은 여행객들은 이미 지난
토.일요일에 출발했다"며 "또 국민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의
국교가 28일까지 휴고하는 점을 이용,월차휴가등으로 이틀 연휴를
만들어 26일 오후부터 서울을 빠져 나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강남고속터미널 승강장에 근무하는 정종수씨(50)는 "26일
저녁에는 가족단위로 여행을 떠나는 이용객이 평상 휴일때만큼 많았
으나 오늘은 평일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공단등 전국의 주요공단에서는 대부분의 입주 업체들이 정상
조업을 하면서 출근시간을 1~2시간 가량 늦추거나 근로자를 오전과
오후로 나눠 근무시키는등의 생산활동을 계속했다.

< 사회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