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안심하고 있어도 당선될 줄 알았는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고비를 넘겼다"

민자당 부산선거대책위 명예위원장인 최형우의원의 이같은 언급은 민자당
문정수후보와 민주당 노무현후보간 맞대결로 압축된 부산시장선거전의 현재
양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부산은 민자당의 "텃밭"인데도 민주당 노후보의 "바람"이 아직 거세다.

노후보는 일주일전까지만해도 각종 여론조사결과 지지도면에서 문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앞서갔다.

지금도 후보에 대한 인지도면에선 문후보를 앞지르고 있다.

이런만큼 민자당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하다.

부산을 야당에 내줄 경우 서울을 잃는것 못지않게 그 충격파가 클것으로
보고 15명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총동원돼 발벗고 뛰기 시작했다.

이들중 대부분은 현재 목이 다 쉰 상태다.

부산지역 의원들이 체감하고 있는 위기의 강도가 어느정도 인가를 쉽게
가늠할수 있는 대목이다.

문후보진영은 2002년 아시안게임 부산유치가 확정되고 삼성자동차공장부지
계약이 체결되면서부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숨통이 틔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두가지 굵직한 호재는 정당연설회 개인연설회 TV토론등에서 문후보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문후보측은 그동안 부산지역에도 반민자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돼 왔던게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예로 "김영삼대통령을 배출한 이 지역에 그동안 돌아온게 뭐가 있느냐"
에서부터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극언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는
것.

더욱이 경선으로 시장후보를 선출한 서울과는 달리 부산시장후보는 "낙점"
으로 결정, "우리를 우습게 본다"는 유권자들의 반발이 확산일로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아시안게임과 삼성자동차는 이런 부정적 시각들을 일거에 해소하면서 부산
발전론을 앞세운 문후보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애기다.

"개항 1백년만에 찾아온 부산발전의 호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민자당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논리가 먹혀들면서 문후보 지지도가 연일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문후보진영에서 "우리가 그동안 곤혹스러워한 것은 사실이나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아서였지 패배 우려 때문은 아니었다"며 최근들어 여유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부산지역 분위기의 대반전은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재등장"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게 현지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이사장이 민주당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한 지난 14일 하룻동안에만 약 20%에 달하는 노후보 지지표가 문후보쪽
으로 건너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후보측에서는 김이사장이 전국을 휘젓고 다니면 다닐수록 "반사이익"이
돌아온다며 김이사장의 선거개입을 반색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신승이 예상됐으나 DJ의 개입으로 무소속 몫 1할을 제외하고
6대3 정도로 낙승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문후보측은 현재로서는 김이사장문제에 대해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이를 쟁점화, 부산지역 유권자들의 "미우나 고우나"
정서에 호소할 태세다.

반면 민주당 노후보측은 예기치 않은 "DJ역풍"에 휘말려 크게 당황해 하고
있다.

노후보는 자신과 "패키지유세"에 나설 부산지역 민주당 기초단체장후보가
총정원 16명중 3명밖에 되지 않는등 조직면에서 민자당측과 상대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 이변가능성 1위지역으로 꼽힐만큼 선전하고 있는터에 김
이사장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고있다.

김이사장의 전국 순회지원유세가 부산시민의 정서를 자극, 오히려 감표
요인으로 작용해 문후보에게 추격과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

노후보가 김이사장의 지원유세에 대해 "민주당 통합정신을 저해하고 역사의
흐름을 돌려놓는 거짓 정치" "지역구도에 편승하는 어느 정파의 주장에도
동의할수 없다"는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면서 지원유세 중지를 촉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난 19일 정당연설회에서 찬조연사로 나온 이부영부총재가 "지역
등권론은 손바닥하나만 뒤집으면 지역할거주의이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북통일을 하겠느냐"며 김이사장을 "권력욕에 눈먼 사람"으로
지목, 정계퇴진을 요구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 나온 발언으로 볼수있다.

그러나 김이사장에 대한 노후보측의 비난수위가 높아지면서 호남출신과
반민자 성향의 야권표가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김이사장과의 차별화
를 통한 "홀로서기"에 주력하고 있는 노후보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노후보는 지역할거구도가 고착될 경우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막판 바람몰이에 나설 예정이나 이 또한 시장선거보다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출마했다는 부정적 시각에 맞닥뜨리고 있어 이래저래 골머리
를 앓고 있다.

부산.서울시장출신의 무소속 김현옥후보는 40대이후 유권자층의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지만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데다
조직이 전혀 없어 역부족이란게 현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