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인선을 놓고 삐걱거리고 있다.

''YS당화''를 겨냥, 민주계 위주로 공천하려던 민자당은 후보경선을 둘러싸고
구여권일부가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신민당을 ''흡수'', 외형상 기세를 올린 민주당 역시 공천과 관련한 내분을
겪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3김''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민자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은 당내문제에 대해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당의 무기력을 촉발한 면이 없지 않고 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은 이미 민주당공천에 깊숙이 개입해 마찰음을 내고 있다.

여기에 ''후생''을 내세우겠다던 김종필씨는 자민련의 총재로서 전면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가 정책대결이 아닌 ''3김''간의 재대결'' 내지
지역대결 구도로 치달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도지사후보 경선여부를 둘러싸고 일대 홍역을 치렀던 민자당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외견상으로는 "혼조"국면을 수습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당내 기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합당을 통해,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음에도 무책으로 일관, 심각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
이다.

경선여부와 후보인선문제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할 고위당직자들은
시.도지부와 지구당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악역"맡기를 꺼리고 있다.

현역의원이 경선불발에 반발해 탈당을 해도 "싫다고 떠나는 사람을 굳이
말릴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만 보일뿐 책임의 일단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지도부는 은근히 청와대쪽만 바라보며 딱부러진 지침이 나오기를 기대
하고 있는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세분석위원들을 중심으로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나서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그러나 정작 김대통령은 현재 정국상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대한 당내 관측은 두갈래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무책이 상책"이라는 지적이다.

김대통령이 잘못 간여할 경우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기는 커녕 갈등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김대통령이 이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비책을 강구중이며
멀지않은 시기에 그 카드를 내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침묵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위기는 곧 기회라는게 김대통령의 철학인만큼 정국반전을 위해 숙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당내에서는 이와관련,지방선거전에 당과 여권을 결속시키는 방안을 포함해
공직및 사회기강 확립방안과 주민자치.생활자치구현을 위해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대국민담화발표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있다.

<>.민주당도 벌써부터 사실상의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를 놓고 DJ와
이기택총재간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DJ가 지방선거후보 공천작업을 막후에서 조정, 당조직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는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김이사장이 지난주말 전남지사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한화갑의원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종용, 자신의 의도대로 김성훈중앙대교수를 후보로
내정한 것이 한 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민주당 현실로 볼때 김이사장의 공천개입은 어느 정도
납득할수 있어도 당총재와 아무런 상의 없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동교동측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이총재는 지난22일 입당을 위해 마포 당사를 방문한 조순전부총리
만났을때에도 조전부총리의 입당절차를 자신과 상의 없이 동교동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양자간 갈등은 신민당과의 통합에 따른 지분논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신민당은 민주당의 안방인 서울및 호남지역에서 30%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으나 해당지역 민주당의원들은 "말도 않된다"는 반응이다.

특히 호남지역 민주당의원들은 "합당이유가 김복동의원을 받아들여 영남세
를 보충한다는데 있으므로 신민당측에 넘겨야할 지분은 당연히 영남지역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동교동측도 통합에 따른 희생을 이총재에게 떠넘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이사장과 이총재간의 연대는 지방선거를 고비로 사실상
끝나는 것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김이사장측이 다음 당권경쟁에서 이총재를 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민주당내에서 이총재와 동교동측의 알력이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DJ와 KT간의 결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
마저 나오고 있다.

<>.자민련은 그동안 이번 선거에서 "반민자" 정서를 엎고 15대총선의
교두보를 확보할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지역적 한계와 인물난에 봉착하면서 지역갈등을 자극함으로써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던 김종필총재가 직접 공천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3김대결구도"를 부추기고 있다.

김총재가 공공연히 별 실현가능성도 없는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의사를
밝히면서 YS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각규부총재의 서울시장 또는 강원지사출마를 계속 흘리는 것도 인물난을
희석시키기 위한 방편인 동시에 지방선거를 3파전 양상으로 몰아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김삼규.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