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최완수기자 ]김영삼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북한에게 곡물을
비롯, 필요한 원료와 물자를 장기저리로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김대통령은 독일 방문 3일째인 이날 오후 베를린에 도착, 황태자궁에서
가진 독일 외교3단체 초청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 이같이 밝혔다.

김대통령은 "서울과 베를린 자유와 번영의 동반자"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역사의 힘은 한반도의 통일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면서 "독일의 유럽
공동체 가입이 통일을 앞당기는 요인이 되었듯이 한국의 세계화도 한반도의
통일을 촉진시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한국정부는 급격한 통일에서 오는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 3단계 통일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3단계 과정을 축소하기 위해 요구되는 어떤 노력과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말해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은 베를린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6일오후 본에서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과학기술협력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수 있는
방안을 협의할 양국 정상 직속의 민간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외교안보보좌관만 배석시킨 가운데 1시간30분동안 진행된 단독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은 과학.기술.산업분야에서 1명씩의 민간특별위원을 지명, 협력계획
을 마련해 정상들에게 직접 보고토록 하고 필요할 경우 6,7명의 위원을
추가로 선정해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콜총리의 제안으로 합의된 이 제도는 독일이 현재 미국과 일본, 이스라엘
등 3개국에 국한해 적용하고 있다.

유종하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이에대해 "독일이 한국의 과학기술분야를
평가하고 충분히 공동연구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하고 "관료의 개입을 배제하고 민간차원의 협력가능성을 극대화시키자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 학생들의 독일 유학을 확대하기 위해 입국허가
요건을 완화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며 콜총리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결방안
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통령은 또 북한이 독일과의 수교를 요청해온데 대해 "기본적으로
북한과의 수교를 반대하지 않지만 제네바합의의 이행과 남북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콜 총리도 공감을 표시했다.

콜총리는 김대통령의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참여 권고에 대해 "설립
회의에 일단 참여한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