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은 지난 91년 지적재산권협상,92년 위스키시장
접근 완화협상등에서 상당한 합의가 이뤄진후 현재까지 대체적으로
원만한 통상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코앞에 닥친 큰 현안은 없다.

그러나 최근들어 EU국가들이 우리나라에대해 자동차시장개방확대,
조선설비 증설억제등을 잇따라 요청하고 있어 이들이 메가톤급 통상
현안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분석이다.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3대핵인 미국 일본 EU가운데
미국과 일본과 가까웠던게 사실이다.

"한국기업이 왜 우리와는 친해지지 않느냐"는 EU의 불만이 통상문제로
비화될 소지로 작용하고있다.

때문에 이번 김영삼대통령의 유럽5개국 순방기간중에는 한국과 EU간에
통상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기술협력협정을 맺게될 것으로
정부의 통상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단일경제권이 형성되고 있는 유럽연합시장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역외국가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반면 일단 역내의 한나라와 교역이
시작되면 다른 국가와도 교역이 활발해 질 수 있다.

공업규격도 단일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역내국가에서 일일이 규격을
인증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유럽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기때문에 한.EU간의 경제현안은
역내 특정국가와만 걸려있는게 아니라 공통현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EU간 경제현안을 점검해본다.

[[[ 반덤핑 ]]]

EU는 역외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조치를 수시로 시행해왔다.

지난 86년부터 92년까지 EU가 아시아국가에 취한 반덤핑조치는 중국
30건,한국 23건,일본 22건,터키 18건등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반덤핑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EU는 지난해 3월 반덤핑조치에 필요한 절차기간을 단축했다.

의사결정방식도 가중다수결에서 단순다수결제로 바꿔 역외국가에
불리하게 만들었다.

역내 관련업계가 역외국가 업체들에 통상압력을 강화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EU국가들이 반덤핑조치를 자주 시행하는 것은 변호사 인력이 풍부해서
이기도 하지만 통상현안이 걸린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U로부터의 반덤핑조치 예봉을 피하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에서의
생산을 늘리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자동차시장 개방 ]]]

우리나라의 대EU 자동차수출은 연간 10만대에 달하고 있다.

반면 EU로부터 들어오는 자동차는 연간 2천대 정도다.

EU측이 자동차시장 개방확대를 요구하는 근거는 이와같은 자동차수출입
불균형에서 출발한다.

유럽자동차협회의 장피에르 레니에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심각한
자동차수출입 불균형에대해 유럽업체들도 적절한 조치를 고려해야
할 때"라며 "이제는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문제를 한국측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자동차업계가 본격적으로 수출입불균형 시정을 위한 요구를
해오면 통상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은 자동차시장개방을 확대할때 일본산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산및 미국산 자동차시장개방확대는 사실상 일본산 자동차수입시기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때문에 한국은 유럽자동차업계와 상당기간을 두고 자동차시장개방확대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선설비 증설 ]]]

조선강국이었던 유럽은 지난 93년 한국의 조선합리화조치해제를 계기로
우리 조선업체들이 설비를 잇따라 늘리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

조선설비가 늘어나면 조선업체간 가격인하경쟁에 불이 붙어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유럽조선업체들은 피해를
보게 마련이란 계산에서다.

지난 9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선부회에서 유럽의 강력한
요구로 적정가격이하로 배를 수주한 조선소에 대해 반덤핑조치와
비슷한 피해가격제도( Injurious Price )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이합의는 한국 일본 미국 유럽정부간에 이뤄졌으며 내년부터 적용된다.

조선전문기관들은 내년부터 2000년초까지 조선호황이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설비를 대폭 늘린 한국조선업체들이 이기간중에 공격적 수주활동에
나설 경우 유럽업체들은 피해가격제도를 이용,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부와 업계는 조선설비증설은 OECD조선부회의 합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업체들의 설비증설억제요구를 선뜻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일반특혜관세 ]]]

EU는 지난 87년 한.EU지적재산권 마찰로 중단됐던 대한 일반특혜관세
공여를 92년부터 재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된 신규 일반특혜관세 규정에는 대부분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일반특혜관세 중단계획이 포함돼 있어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게 정부통상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정부는 한국이 아직 개도국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년에 OECD에
가입하면 개도국을 사실상 졸업하는 셈이다.

때문에 개도국에 주로 혜택을 주는 GSP를 공여받는 명분을 갖는게
과제이다.

이밖에도 EU측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분야에서도 한국이
EU를 미국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대우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EU산 모직물 조정관세율 부과및 재조정을 계획하는데에도
불만을 갖고 있다.

또 EU는 한국의 금융서비스및 금융시장개방,상표권보호및 위조상품단속
등을 적극 개선해줄 것 촉구하고 있다.

[[[ 전망 ]]]

정부는 기존의 경제.통상관계가 불가피하게 미국과 일본에 치중돼 왔던
점을 인식, 세계경제의 주요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EU지역으로의 진출에
노력하고 있다.

EU도 아시아경제의 역동성에 주목하면서 아시아지역국가와의 경제협력에
뒤질 경우 세계경제에서 낙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U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리경제의 질적.양적 성장에
걸맞는 개방화 국제화가 필수적이라는게 통상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