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김종필대표가 19일 전격적으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일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과의 청와대 비밀회동에서 퇴진을
통보받은후 임명직 대표가 그에 대응할 아무런 수단이 없었음에도
그동안 탈당이라는 카드로 버텨오던 JP가 일단 백기를 든셈이다.

김대통령의 대표경질 의지가 확고해 자신이 더 버텨봐야 소용이
없겠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것 같다.

이로써 김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소용돌이는 외형상으로는
일단락됐다.

이제 민자당은 "세계화"에 걸맞는 인사로 당의 얼굴을 바꾸는 일과
김대표 사퇴에 따른 당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만 남겨두게 됐다.

당내 다수의 인사들은 설령 김대표가 딴살림을 차리더라도 따라나갈
인사는 공화계와 충청권의 일부의원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JP사퇴에
따른 파장보다는 후임대표에 누가 발탁될 것인가로 관심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김대표가 사임에 이어 탈당을 감행할 경우
그 파장이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록 동반탈당하는 의원의 수는 적더라도 앞으로의 선거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TK정서에 이어 충청권정서가 생길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공화계의 전국구의원들과
탈당은 하지 못하더라도 "반YS"정서가 강한 민정계의 상상수의원들이
당내에 "비협조세력"으로 남아 있게돼 당운영에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인사도 있다.

이들은 JP가 버틸때까지 버티려던 당초전략을 수정한 것도 이같은
당내 일부의 분석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김대표는 그동안 자파의원들로부터 두갈래의 조언을 받아왔다.

당장 탈당하는 것은 동조세력을 모으기에 힘들고 시간을 갖고 비주류로
버틸 경우 앞으로의 지자제선거및 차기총선의 공천과정에서 반YS인사가
점차늘어날 것이 분명한 만큼 시간을 두고 대응하자는 게 그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JP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현재의 지지세력도
등을 돌리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의 가지치기 작업으로 공화계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충고였다.

"우왕좌왕"하던 JP가 이제 후자쪽으로 마음을 굳힌 셈이다.

대표직 사퇴는 사실 JP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김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JP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표로서의 당무에 충실하려는 "의도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YS와의 결별을 위한 수순밟기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그의 의도된 행보는 이미 "삽질한번 안해본 사람이 어제를 욕할
수 있느냐"는 표현등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자신과 김대통령간의 정치적 차별화를 기한 것이다.

이는 보수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향후 JP의
행보와 민자당및 구여권사들의 JP와의 교감여부가 새로운 관심사가
될 것 같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