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장급 간부직원에 이어 사무관(5급)이하에까지 변동대상명단이
통보되면서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막판 산고를 치르고 있다.

간부들과는 달리 하위직은 반발이 극심해 대상자 확정에 애를 먹고 있는
양상이다.

간신히 작업을 끝낸 일부 부처는 전직원합숙훈련으로 사기를 충전키로
하는 등 벌써부터 후유증수습책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 수립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잉여인력의 윤곽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부처의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향방을
놓고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친지들로 부터 안부전화가 밀려드는 등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

특히 하위직 공무원들은 잔류냐 아니면 연수 또는 다른 부처 전출이냐를
선택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드디어 발등의 불로 떨어졌구나" 하는 표정
으로 일손을 놓은 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어 예년 같으면 망년회
약속이다 뭐다 해서 떠들썩했을 과천 청사가 올해에는 매우 썰렁한 듯한
느낌.

경제기획원의 경우 20일 각 국장별로 사무관 이하 직원들에 대해 국내외
연수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총리실, 정보통신부, 노동부 등 5개
전출대상 부서를 제시하고 희망사항을 조사했으나 감축 대상 1백60여명에
전출희망자는 겨우 20~30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재정경제원 잔류를 원했다는
후문.

경제기획원은 이에 따라 이날 밤 늦게까지 방출자 선정작업을 벌여 21일
에는 총무처에 명단을 넘기기로 했으나 혹시 대상자들의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해 21일에 다시 점검하는 등 진통을 거듭.

한 사무관은 "나가라면 나가겠지만 스스로 떠나고 싶지는 않다"며 심경을
털어 놓은 뒤 "이만큼 노력하면 어디에 가든 더 못한 대접을 받지는
않겠지만 무능력자로 몰리는 것이 싫어서도 지원자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

다른 직원은 "이 기분에 망년회에 가고 싶지도 않아 약속을 대부분 취소
했다"고 밝히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지들로부터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안부전화가 하도 많이 걸려 와서 가뜩이나 복잡한 심사가
더욱 엉클어지고 있다"며 한숨.


<>.각 부처의 국.과장급 "변동인력" 대상자및 전출기관 선정작업과 관련,
최종 통보및 확정 과정에서 해당자들의 반발이 적지않아 일부 부처에선
밤새 대상자나 전출기관이 뒤바뀌는등 진통이 컸다는 후문.

이와 관련, 모 경제부처 차관은 대상자들이 면담과정에서 보였던 반응을
<>백지위임형 <>외부청탁을 통한 로비형 <>면전 반발형의 세가지로 분류
하고는 "첫번째 유형보다는 두번째.세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큰 홍역을 치렀다"고 토로.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백지위임을 한 순응형들이 상대적으로 더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장.차관들이 외풍을 지나치게 탄 것 아니냐는 쑥덕공론
도 일고 있다.

상공부 국장급중에선 유일하게 옷을 벗고 산하기관으로 옮기게 된 K국장의
경우 "내가 더 이상 무슨 자리에 미련을 갖겠느냐. 다른 부처로 옮기라면
옮기겠고 옷을 벗으라면 벗겠다"며 순응한 대표적 백지위임형으로 전해지고
있어 더욱 이같은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상공부는 당초 K국장이 비교적 나이가 젊은데다 능력도 있음을 감안, 다른
부처로 수평 이동시킨다는 복안이었으나 외부 "전화부대"를 동원한 다른
국장에게 밀려났다는 얘기.

한편 상공부와 건설부등의 경우 기술직 출신들이 상당수 "변동인력
대상자"로 선정돼 정부가 WTO시대를 맞아 추진하겠다던 "기술드라이브"와는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상공부 공업국이나 자원정책분야, 건설부 건설감독분야등의 경우는
기술적 안목을 갖춘 인재들이 떨어져 나가게 돼 앞으로의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각 부처는 개편에 따른 밀어내기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그동안 술렁거렸던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는 작업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상공부의 경우 새해초 전 직원을 1박2일 코스로 연수원에 합숙시켜 "정신
재무장교육"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운서상공부차관은 "아픈 살을 도려낸 만큼 공무원사회는 이제 철저히
경쟁력으로 무장돼야 한다"며 "특히 세계화시대에서는 기업이 경제전쟁의
현장에서 싸우는 전사들인 만큼 공무원들은 기업인을 하늘같이 모셔야
하며, 앉아서 하는 행정이 아니라 일선을 뛰는 행정자세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차관은 또 이번 인사로 상공부를 떠나게 된 간부직원들에 대해선
별도의 모임을 조직, 정기 모임을 갖고 애로사항을 듣는등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이기도.

농림수산부는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초기에는 국.과장급의 감축이 거의 없고
과장급은 오히려 4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부처에서
국.과장급을 받아들여야 함에 따라 4급이상의 감축인원이 국장 4명, 과장
7명 등 11명으로 증가하게된 것.

농림수산부는 이에따라 국장급가운데 정년이 얼마남지 않은 고령국장들을
명예퇴직 차원에서 감축키로 결정했으나 감축대상자들이 타부처 인사들의
전입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직한다는 낙인이 찍힐 것으로 우려함에 따라
명단발표는 가급적 늦추기로 한 상태.

5급 사무관의 경우 감축대상이 한명도 없지만 현재 농림수산부로 발령이
난 수습사무관 16명과 사무관승진자 8명의 보직을 주는 문제가 적지 않은
문제로 대두.

또 1백2명이 감축되는 6급이하의 하위직 직원가운데 상당수는 정원외의
상태로 계속 근무토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앞으로 이들의 승진이 크게
늦어지는 등 인사적체가 심화될 전망.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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