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재와 같은 남북경협 형태로는 북한이 원하고 있는 산업정책을
제대로 이행할수 없다는 판단아래 한국기업들에 방북불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대외적으로 대북유화제스처를 쓰기위한 카드일뿐 실질적으로 성사된
것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그러나 이번 결정엔 이같은 대외적인 선전논리외에 북한 내부사정도 큰
몫을 한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현재 구조조정시기를 맞고 있다.

대외정책 대내정책 인민교육등 다방면에 걸쳐 조정기를 겪고 있어 남북
경협문제를 주요 이슈로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열어 김정일을 당총서기 또는 주석직으로
추대할때까지는 구조조정기로 설장, "김정일성역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단군능발견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정통성부여와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이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내년 3월이전까지 북한의 남북경협 중단조치가 풀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다.

한국기업들의 북한진출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를 사전에 막고 교육시키기
위한 시간벌이로 보는 외교소식통들도 있다.

북한은 일단 내년 3월까지 "가까운데 것은 버리고 먼데것을 구한다"는
사근구원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독일의 친북한단체인 동아시아협회와 구상무역을 확대하고 재미교포들과
비지니스범위를 넓히면서도 이번에 남북경협중단조치를 단행한 것이 그
증거다.

이같은 내무정치상황에 따른 판단외에 대외경제정책도 한국기업인들의
방북불허결정을 내리게한 원인이 된다.

북한당국은 외자유치 효율성제고및 개방확대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지난달
까지 대외경계담당창구 조절과정을 거쳐 대외창구를 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
(북한내 명칭은 민족경제위원회)및 대외경제위원회로 양분화 했다.

북한이 그동안 이 두기관의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한국기업들은 접촉
창구선정에 손선을 빚기도 했다.

역할분담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앞으로 이 두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해 대외경제정책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다란 맥락에서 볼때 당에서 정무원 소속으로 바뀐 고민발(고려민족사업
발전협회)은 김정일최대 프로젝트인 금강산관광개발을 필두로 김정일구상
각종 개발계획을 맡고, 대외경제위원회는 산하에 조선국제무역촉진위및
대외경제협력위를 두고 그밖의 일들을 전담할 방침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정일이 내년봄 방중, 강택민중국국가주석과 회담후
남북수뇌회담을 다시 제의하면서 경협문제를 집중 논의키위해 이번에
남북경협전면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이용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북경=최필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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