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해진다는 재정경제원의 모체인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에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금융이나 세제와 관련된 주요 정책집행수단인 "령"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수 있어서다.

이는 헌법 95조에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해
법령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수 있다"
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총리와 각부의 장관은 령을 만들수 있으나 끝자리가 원이나 처로 끝나는
곳은 자체령을 만들어 공표할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조직법상으로도 원이나 처로 끝나는 곳은 국무총리직속으로 되어 있다.

총리의 결재를 받아야만 령을 만들수 있다.

새로 태어나는 재정경제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막강부처로 재탄생했다고 하지만 재무부시절 금융 세제등과 관련된 부령을
만들어 공표했던 것과는 판이한 상황이 생길수 있는 셈이다.

부령은 대통령령의 하위 규정으로 정책집행의 주요한 수단이 된다.

금융 세제 거시및 산업정책조정권한을 가진 재정경제원이 령하나 제대로
못만든다면 이빨빠진 호랑이나 다름없다.

기획원과 재무부의 법부담당관실은 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구다나 이번 조직개편으로 총리실의 정책조정기능이 강화됐다.

정책의 최종결정기구인 국무회의를 보좌하는 차관회의의장을 경제기획원
차관에서 총리행정조정실장으로 바꾸어 놓은 탓이다.

총리의 성향에 따라서는 비경제정책은 물론 경제정책전반에 대해서도
총리실의 역할이 대폭 확대될수 있다.

여기에다 재정경제원의 정책집행수단인 "원의 령"을 총리가 만들게 되면
재정경제원은 이래저래 집행력이 약화될수 밖에 없다.

예컨대 금융정책이나 세제상의 주요한 정책을 재정경제원이 추진하고
싶어도 일일이 총리실이 훈수를 두거나 더 나아가 간섭할 경우 재정경제원의
힘은 약화될 공산이 크다.

수퍼부처의 명과 실이 상부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기존의 경제기획원이 "령"하나 발동못해도 경제정책에 관한 주도권을
잡아온 것은 사실이다.

이는 예산이 뒷받침된데다 경제차관회의는 물론 차관회의의장을 기획원
차관이 맡아온 탓이다.

그러나 차관회의의장자리는 행정조정실장으로 넘어가고 각부처의 예산운용
의 자율권도 확대돼(홍재형부총리의 6일 기자간담회) 예전만하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많다.

이때문에 경제기획원은 원령발동권한의 복귀를, 재무부는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경제기획원이 생겼던 지난 61년이후 한동안 원령이 발동됐었다.

그러나 중간에 유야무야되고 지금은 원령이나 처령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제기획원의 전윤철기획관리실장은 "원이나 처도 부처럼 정책집행을
하는 만큼 헌법95조를 탄력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이나 처도 법이나 시행령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집행할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재무부안에서는 이와관련, 조직개편팀이 재정경제원을 만들면서 이문제
까지를 검토, 재정경제부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했다며 이름변경문제가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법학자들사이에서도 헌법95조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95조를 좁게 해석하면 총리와 각부의 장관만이 령을 만들수 있으나 넓게
해석하면 원이나 처역시 부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만큼 자체적인 령을
만들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문제가 재정경제원의 탄생으로 물위로 부상, 앞으로 상당기간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