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호랑이의 한판 승부".

거대한 조직으로 새로 태어나는 재정경제원속에서 경제기획원사람들과
재무부사람들의 주도권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친 5일 과천관가는 재정경제원의 높아진 위상
못지 않게 누가 재정경제원의 주도권을 잡느냐로 술렁이고 있다.

외형직인 조직개편만으로는 기획원이 재무부에 흡수통합된 것처럼 보인다.

재정경제원의 4실 4국중 1대1통합인 기획관리실을 빼면 세제실과 금융
정책실등 2실이 기존 재무부조직이고 예산실만 기획원조직이다.

더구나 기획원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무총리실직속으로 빠져나가고 심사
평가국의 정부평가부문도 총리실로 넘어가 이래저래 기획원의 공중분해라는
분석이 많다.

재정경제원의 4국중 국고국을 뺀 경제정책국 국민생활국이 기획원조직이고
대외경제국은 기획원대외경제국이 재무부의 경제협력국을 흡수하는 형식이
됐지만 국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기획원의 와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외형적인 변화일뿐이다.

양기관의 주도권쟁취는 전혀다른 식으로 진행될 것같다.

과거에는 기획원이 재무부점령을 시도하는 하는 역사의 반복이었다.

부정적인의미의 보수적이고 응집력이 강하는 평을 들어온 재무부에 거센
외풍이 몰아친 것은 지난 80년.

전두환대통령이 들어선후 강경식당시 경제기획원기획차관보가 재무부차관
으로 들어앉으면서 재무부점령설이 나돌았다.

강차관은 당시 기획원기획국장이던 이형구산업은행총재를 재무부이재국장
으로, 기획원과장이던 이철수현재무부기획관리실장을 이재국금융정책과장
으로 데려와 재무부의 핵심인 이재라인을 기획원이 차지해 버린것.

강경식차관이 이.장사건으로 물러난 나웅배재무장관을 이어 81년 재무장관
으로 임명되면서 기획원출신인 김흥기당시 전매청장을 차관으로 앉히고
재정차관보(현 재무부1차관보)였던 이규성현금융통화운영위원회위원을
전매청장으로 세정차관보(현 재무부2차관보)에는 이진설당시 공정거래실장
(현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 재무부는 초토화됐다.

그때 이재국장이던 이형구총재는 재정차관보, 이재국장에는 기획원출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재무관이던 강현욱씨가 앉는다.

그후에도 기획원출신이던 진염항만청장이 89년 재무부차관으로 앉는등
간간히 기획원의 재무부공략이 시도됐다.

이같은 역사를 의식한듯 재무부사람들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기획원이
와해된 것처럼 보이는데도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더군다나 기획원사람들은 업무성격상 개방적이고 활달한 반면 재무부는
보수적이어서 통합과정에서 기획원사람들의 우위를 점치는 측도 많다.

특히 재무부는 향후 주도권다툼에서 한이헌경제수석비서관의 역할을 의식
하고 있다.

기획원정통관료인 한수석이 조직이나 인사에서 기획원에 유리한 쪽으로
힘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획원과 재무부는 업무면에서 가장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왔지만 서로간의
자부심이 대단한데다 물과 기름처럼 따로 움직인 경우가 많아 주도권다툼은
내부갈등으로 까지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원부총리가 누가 되느냐도 적지않은 관심사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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