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3국순방 일정이 18일 한.호정상회담을 끝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로 이어진 이번 순방은 김대통령의 과거 3차례
해외순방과는 성격이나 의미가 다소 달랐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이 대상이된 종전 순방의 비중이 "정치.안보"
쪽에 둬졌다면 이번 경우는 단연 "경제"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따라서 그 의미나 성과 또한 경제적 측면이 훨씬 강조되었다고 말할수
있을것 같다.

우선 이번 순방은 모두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심국가가 대상이
됐다.

보고르 APEC정상회의를 통해 순방대상국은 아니었지만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정상들과의 개별회담을 통해 주요관심사들을 논의하는 기회도
가졌다.

이는 아.태지역이 세계 전체 GNP의 57%를 차지하는데다 우리나라의
대아시안 교역실적이 현재4위,곧 3위로 뛰어오를 단계임을 감안하면
성장파트너들과 정상외교를 통해 돈독한 우의를 구축함으로써 공동
번영의 기틀을 보다 확고히 다질수 있었던 것이다.

순방국 경제권에서 우리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상당한 실리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나라별로는 필리핀에서 경제개발 플랜인 "필리핀2000"에 적극 참여할수
있게 되었다.

항만건설사업에도 우리건설업체들의 참여입지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모스 필리핀대통령이 직접 우리나라 외환은행의 마닐라지점에
현지금융을 허용키로 약속한것은 이나라의 금융정책이나 관례로 비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해도 좋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기업들이 6차경제개발계획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했다.

광대한 자원대국인 이나라의 각종 자원개발에 공동참여를 추진중인
한국기업들의 입지를 보다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역시 경제문제가 이슈가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양국경제가 보완적 관계임을 감안할때 상호 투자확대를 약속한것이라든지,
과학기술협정을 체결하고 관세 비관세 장벽을 완화키로 한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김대통령을 수행한 49명의 기업인들이 순방기간중 나름대로
활발한 교역및 투자상담을 벌여 크고작은 성과를 얻어낸것도 정상외교의
부수적성과로 기록될만 하다.

경제문제가 이슈가 된가운데서도 외교안보적 성과 또한 전혀 무시할수는
없다.

APEC회담 기간중 김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과 연쇄정상회담을 벌였다.

이를 통해 북.미회담 결과를 북한이 철저히 지켜야한다는 공감대를
끌어낸것도 큰 성과로 볼수있다.

더구나 김대통령은 클린턴 미대통령,무라야마 일본총리등과 초유의
3자공동정상회담을 가져 북한핵문제와 대북경수로지원 문제를 조율했다.

이는 사실상 이들 두나라가 안보 외교적으로 우리의 가장 핵심적 맹방
일수밖에 없음을 생각할때 좋은 선예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김대통령 자신도 이번 회담의 성과,특히 경제분야의 성과에 상당히
고된것으로 보였다.

이를 반증하듯 김대통령은 각 순방국에서의 교민리셉션등을 통해
경제문제를 전에 없이 많이 거론하며 기업인들을 독려했다.

시드니에서 수행기자들과 조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세계화
장기구상"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순방을 통해 대통령 스스로도 세계화마인드
를 더 깊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으리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 순방을 통해서도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은 있다.

이를테면 수행기업인들에게 대통령을 수행할 기회를 보다 극대화할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등이 그것이다.

한 기업인은 "수행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너무
급작스럽게 통보해줘 자유로운 상담활동등에 다소 지장을 주었다"고
불평했다.

수행사실 자체도 너무 늦게 통보돼 바이어와의 약속 해외출장등 기존
약속이나 계획을 파기해야하는 불편을 감수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모처럼 해당국가에 투자 또는 교역을 주도하는 기업인들이
현지에 모인 만큼 우리 상의등이 주최가돼 세미나를 열거나 해당국
기업과의 회합 기회를 만들어 줬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중소기업인도 있었다.

어쨌든 큰일을 치르고 나면 아쉬움이 남을수 밖에 없다.

한가지 분명한것은 김대통령이나 수행원 모두가 짧지않은 9박10일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이 보고르선언의 초안에 들어있는 신흥공업국의 무역자유화시기
문제와 관련,우리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APEC회의 당일 숨가쁜 정상외교
를 펼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모두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 스스로 요즘 자주해온 "세일즈맨 정신"의 한 단면을 보는듯도
했다.

우리 모두가 다음 순방때는 좀더 성숙한 외교적 성과를 얻을수
있으리라고 기대할수 있는 것은 바로 그래서 일 것이다.

< 캔버라=김기웅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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