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된지 엿새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상임위별로 대충
쟁점사항이 정리되고 있고 "국감스타" 대열에 오를 의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계속될 감사에서 "돌출변수"가 나오고 새로운 쟁점이 등장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러나 경제관련 상임위의 경우 대부분이 정부부처에 대한 1차감사를
끝내고 막바지의 확인감사만 남겨두고 있어 사실상 절반정도가 끝났다고
봐야한다.

상임위별로 부각된 쟁점과 의원들의 활약상을 점검해 본다.

<>.재무위=재무부와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에 대한 감사를 통해 이미 예고
됐던 산업합리화지정제도의 문제점, 중앙은행의 독립성, 부실.편법여신근
절대책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의원들은 정부가 시장경제체제에 걸맞는 일관성있는 산업정책이나 금융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고 부처간에도 서로 상반된 정책을 내놓는등 혼선을
빚고 있다며 그 중 특혜성시비를 일으킨 한양에 대한 합리화업체지정을
철회하고 제도자체도 폐지하라고 "물고" 늘어졌다.

이문제는 마지막 이틀로 예정되어 있는 재무부감사에서 금융실명제 대체
입법문제 세제개혁방안과 함께 의원들의 총공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재무당국과의 공방에서는 13대 국회재무위에서 맹활약을 보였다가 새정부
들어 발언을 자제해 왔던 김덕룡의원(민자)과 5선의 재무통인 박일의원
(민주)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별도의 정책보좌팀을 운영하고 있는 김의원은 재정.금융정책 전반에
걸쳐 심도있는 질의를 벌였고 박의원은 산업정책심의회의 결정이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더라도 조제법률주의를 어겨 헌법정신위반이라고 볼수 있다며
맹공을 펼쳤다.

또 이경재의원(민주)은 13대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류돈우의원(민자)은
3개은행장 재직경력에 걸맞게 각종 현안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벌였다는 평가다.

김원길의원(민주)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자료를 배포하는등 양적으로
가장 많은 활약을 보였고 14대 후반에 재무위에 들어온 이철 박정훈의원
(민주)도 스타로의 도약 가능성을 보여줬다.

<>.교통위=경부고속철도건설및 영종도신공항건설 민자역사 건설과 관련된
특혜의혹등이 국감 첫날부터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여야의원들은 고속철도 건설과 신공항 건설이 계획단계에서부터 졸속으로
추진돼 시행상의 많은 착오를 예고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고속철도 노반건설이 기존 계획대로 추진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신공항의 경우 설계 자체가 미국의 덴버공항을 복사, 아시아 허브공항
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대두됐다.

한화갑의원(민주)은 "신공항의 기존 설계는 활주로와 정비고를 정면으로
교차시키는 우를 범했다"며 재설계를 요구하고 "급유시스템을 송유관 배송
체제가 아닌 항만 직급체제로 바꾸자"고 제안, 관심을 끌었다.

김형오의원(민자)은 경부고속철도의 평균시속이 당초 알려진 2백40km가
아닌 2백8km임을 밝혀내고 "경부고속철도가 TGV(프랑스), 신간선(일본)등과
는 달리 "중속철도"가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해 교통부 관계자들을 긴장케
했다.

<>.노동환경위=서울지하철공사 동부제강등의 노사분규, 산업재해 방지
대책, 야당의원들이 지적한 일부 대기업의 유령노조 운영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여야의원들은 이들 만성적인 노사분규에 대한 노동부의 무대책을 추궁하고
사안별로 "왔가갔다"하는 노동정책의 혼선을 질책했다.

또한 올들어 산재로 인한 사망자수가 큰폭 늘었음을 지적, 산재방지대책에
미온적인 정부측을 꾸짖었다.

이해찬의원(민주)은 "기업들이 정부공사 수주를 받기위해 산재사실을 은폐
시키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고 몰아부쳐 노동부로부터 "즉각
조사에 나서겠다"는 "항복"을 받아냈다.

<>.상공자원위=삼성승용차와 현대제철소허용문제를 둘러싼 의원들의
질문공세와 상공자원부측의 일관된 원론적인 방어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없이 의원들마다 자신의 소신대로
찬반논리를 전개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있을 상공자원부본부감사에선
같은 당소속 의원간에도 설전이 예상된다.

안동선의원은 같은 민주당소속 호남지역출신 의원들이 "삼성승용차허용은
신정경유착"이라며 강력 반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장개방과 국제화이전
에 자유경쟁을 통한 체질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찬성론을 펴 소신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웅희의원(민자)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의원은 야당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정치적 논리에 의해 부산으로 옮겨간
제2국제종합전시장 건립계획을 당초대로 일산으로 환원하라"는 주장에 적극
동의, 민자당의원들을 놀라게 했다.

<>.건설위=국토균형개발계획과 부실공사방지대책등 "단골메뉴"가 이번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고 또 잔여 국감기간동안 줄곧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감직전 제정구 김옥천의원(민주)은 각각 동아건설비자금조성의혹과
일산신도시진지화문제를 터뜨려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극을 달렸다.

손학규(민자) 최재승의원(민주)은 착실한 자료준비와 논리정연한 질문전개
로 정부관계자들로부터 "무서운 아이"라는 호평을 받고있다.

이긍규 하순봉의원(민자)은 대형공사현장에서의 예산낭비실태를 꼼꼼히
조사해 두각을 나타냈다.

< 박정호.김삼규.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