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북한권력 승계는 이제 사실상 굳어진 상태다.

지난 11일부터 TV화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김정일은 이미 군을 비롯한
북한내 권력기구를 효율적으로 장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일의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김정일 후계구도가 윤곽을 드러내며 이제 관심은 그가 앞으로 펼쳐갈
통치노선에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새 통치자 김정일이 당장 선택해야 할 과제는 많다.

그중에서도 시급하게 결정해야할 사항이 대외정책의 방향정립이다.

핵문제라든지 남북정상회담건도 크게는 모두 이 범주안에서 결정될 사안
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북한이 일단 "개방"쪽으로 대외정책의 가닥을
잡아가리라는데 의구심을 갖지 않고 있다.

현재 처한 경제상황이나 국내외 정치환경이 개방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게 물려준 거부할수 없는 유산은 "파탄직전의
경제"다.

식량난에 따른 북한내부의 불만이 당장 "위험수위"라는 보도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다 김정일의 카리스마는 감히 김일성과 비교될수 없다.

이런 여건에서 북한이 다시 폐쇄와 고립의 길을 걷는다면 그 결과는
"자멸"임이 쉽게 예측된다.

한 남북문제 전문가는 "김정일이 고립의 길을 선택할 경우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와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며 "그도 그같은 결과를 알고 있을 것"
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이제 김정일의 북한사회 개방방식이 문제가 된다.

이와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중국식 개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식 개방에 대칭되는것이 소련식 개방이다.

이는 정치체제의 변화를 수반하며 일시에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방식
이다.

그러나 급작스런 개방은 많은 혼란을 동반했고 결과적으로는 구소련 정권과
체제의 붕괴로 연결됐다.

따라서 가장 듬직했던 우방의 개방으로 인한 "힘없는 붕괴"를 지켜본
김정일이 선택할수 있는 길은 결국 중국식 개방이다.

다시말해 정경분리를 통한 점진적 개방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으리라는
분석이다.

개방의 길로 가닥을 잡게되면 김정일에게는 주민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 당면과제가 될 것이 뻔하다.

그것이 곧 나약한 카리스마를 격상시키는 지름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김정일은 서방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펴지 않을수 없다.

서방국가 가운데 경협의 파트너로 가장 여유있고 확실한 나라로는 결국
일본이 지목되리라는 분석이다.

일본과 정식수교할 경우 상당액의 대일청구권자금을 확보할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그러나 그 일본이 대북한 경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수 있게 하는 단추는
바로 미국이 쥐고 있다.

이는 김정일도 충분히 알고 있다.

미국과의 북미회담을 북한이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황망"중에도
분명히 밝힌데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는 것이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
이다.

전문가들은 대남정책에 있어서도 김정일은 종전에 비해 한결 유연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리라는 분석이다.

물론 김정일의 북한은 내부체제가 확고히 다져질때까지 정부차원의 남북
교류를 기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사정으로는 남한의 비중도 결코 무시할수 없다.

북한의 연간 교역규모는 20억달러 수준.

이가운데 남한과의 교역이 2억달러 안팎이니 전체의 10%선에 이르는
셈이다.

더구나 남한과의 교역은 대부분 북한물자를 우리가 "특별히" 반입하는
형태가 많다.

다시말해 국제적으로는 별로 경쟁력이 없다 하더라도 남북간의 특수성이
고려돼 북한물자를 반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때 김정일의 북한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때가 되면
획기적인 대남 경협요청을 스스로 해올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나진 선봉등 경제특구지역에는 여러가지 조건들을 제시하며 남한기업
을 유치하려 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의 상대는 김일성이 아닌 김정일로 바뀌었다.

그가 언제까지 북한의 새로운 독재자 지위에 있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를 둘러싼 안팎의 여건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으리라는 점이다.

불확실성의 북한을 가능한한 확실하게 분석해 내고 그에 걸맞는 대응책을
세워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수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김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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