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사망과 새로운 집권세력의 등장이 북한핵문제의 앞길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정부와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김일성의 후계체제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북한핵문제의 전도와 관련,
새로운 북한의 지도층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 하는 의문에서다.

북한핵문제는 한때 한반도를 초긴장상태로까지 몰고 갔고 대북제재가
유엔에서 본격 논의되는 과정에서 파국을 우려한 북한과 미국이 극적으로
대화에 합의,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이 지난 8일 제네바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정부를 비롯한 미국등 서방의 향후 북한핵문제와 관련한
판단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우선 대외적으로 북한이 보여준 긍정적 태도를 들 수 있다. 북한은 지난
8일의 3단계 회담 첫날회의를 마친뒤 김주석의 사망사실을 공식발표한뒤에도
제네바에 파견된 협상대표단에게 잔류를 훈령했다.

결국 강석주대표와 갈루치미국대표는 10일(현지시간) 접촉을 갖고 김주석의
장례식이 끝난뒤 뉴욕실무접촉을 통해 추후회담일정에 관해 다시 논의키로
합의한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어렵게 마련된 대화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 어떤
결실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이 사실 최고통치자의 사망을 이유로 3단계 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해도 미국으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도 분명하다.

"상중"이고 후계지도체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회담을 하느냐고
주장할 경우 대응논리가 궁색한 것은 서구의 외교에서도 마찬가지인 때문
이다.

이런 상황때문에 북한의 태도를 미국이 고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대화를 줄기차게 원하는 미국의 외교적 대응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김주석의 사망이후 클린턴미국대통령은 미국국민을 대표, 극진한 조의를
표명했고 평양이 원할 경우 조문사절을 공식적으로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갈루치대표는 제네바의 북한대표부를 찾아 공식 조문하는등 외교관계가
성립되진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최상의 예우를 갖춤으로써 미국의
대화의지가 얼마나 분명한가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이같은 요인외에도 북한이 핵문제해결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판단은 북한의 내부적 요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정일후계체제가 자리잡을 경우에 대외적으로 가장 먼저 직면하는 것이
핵문제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대화인데 대내적으로도 적지않은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워싱턴과의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롭지 않을 것으로
평양이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김일성생전시부터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이를 통한 경제협력에
엄청난 외교력을 경주해 왔다.

새로운 집권세력도 이같은 외교노선을 계승하는 것은 분명하고 김주석의
사망을 어떤 전환점으로 삼아 실행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또다른 판단은 김정일후계체제를 전제로 새로운 북한의 권력자가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공인받을 수 있는 장으로 북한핵문제를
이용하는 경우 이를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라는 점이다.

김정일은 워낙 개인적인 정보가 서방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것이 사실인만큼 북한의 새로운 권부는
김정일의 이미지변신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할 것이 확실시되는 것이다.

낙관론의 기술적인 판단근거도 있다. 북한이 지난 5월부터 두달간 연료봉을
추출, 세계의 관심이 모아졌던 영변 5MW흑연감속원자로의 연료봉교체시한은
8월말까지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8월말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회담을 종결짓고 다음 단계를 위한 조치가
결정되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고 물론 북-미 양측도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인지, 회담의 성사와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회담을 통한 북한핵문제의 긍정적 해결의
논거로서 21세기 아시아의 초강국으로 부상이 확실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북한에 대해 유화책을 펼쳐 향후 북한이 미-중 사이에서
도 중립적입장을 견지하도록 하는 의도도 작용할 것으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북한핵문제가 과거와 같이 정상궤도를 이탈,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는 쪽으로 나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상황논리를 종합할 때 북한핵문제는 과거보다는 새롭고 보다
긍정적인 접근이 전개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은 대개 일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초까지는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이
재개될 것이고 협상속도와 전개과정도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