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독일 러시아등 초강대국들이 김일성이후의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 포용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선진공업7개국(G7)과 러시아는 10일 폐막된 제20회 G7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국제기구가 그동안 천명해온 "경제제재위협"이라는 자극적인 용어가
들어 있지 않은 의장성명을 발표하고 3일간의 회담을 마쳤다.

의장성명은 경제재제라는 문구대신 북한측에 미국과 한국과의 대화를
중단하지 말고 계속 추진할 것을 촉구, 김일성 사후의 북한정권을 적대적인
제재대상으로 보지않고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삼으려는 것이 G7의 기본
자세임을 밝혔다.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도 정식멤버로 참석,소위 G8회담(G7+1)이 된
마지막날 회의에서 나온 G7의장성명은 북한핵에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어
북한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됐음이 확인됐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의무에 따라 전면적인 무조건적으로
핵계획의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로 시작된 북한관련 의장
성명은 김일성사망으로 매우 불투명해진 북한의 핵무기정책에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명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김일성사망과 관계없이 남북한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김일성이후의 북한정권이 대외정책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를 외부세계가 분명히 피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즉 김일성주석이 죽기직전에 추진했던 대외유화노선을 다음 정권도 외교
정책의 기본노선으로 추구해 나가야 된다는 서방측의 바램과 요구사항이 이
의장성명에서 분명히 지적된 것이다.

북한에 대한 비교적 강한 톤의 핵정책투명성촉구에도 불구하고 G7과
러시아는 핵개발의혹에 따른 제재여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이는 새로운 북한정권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신중함의 표시인 동시에
김정일정권을 바깥세계로 이끌어내 북한을 국제사회에 융화시키려는 서방측
의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

전과는 달리 북한문제가 핵심의제중 하나로 부상했던 이번 G7정상회담도
전체적인 결과에서는 예년과 비슷한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세계경제와 정치상황에 대해 문제점만 제기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애초에 이번회담에서 어떤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대로 대국적인 정책협조체제는 구축되지 않았다.

회담개시후 첫 2일동안 국제환율불안, 인플레없는 경제성장, 고용확대등
세계경제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원론적인 합의에 그쳐 다시금 G7정상회담의
무용론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관심의 초점을 모았던 국제환율안정화대책에서는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항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회담불문율처럼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환율안정화를 위해 협력한다라는 합의는 그야말로 합의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무의미한 것이다.

달러폭락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은 금리인상을, 일본과 독일은 금리인하
방안이 프랑스등에 의해 제기됐으나 합의도출에는 실패했다.

미국은 경제성장세가 멈출것이 두려워 금리인상을 거부했고 독일과 일본은
인플레가 무서워 금리인하를 못하겠다고 버텼다.

G7이 구체적인 환율안정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자 10일 도쿄시장에서 달러는
엔화에 대해 사상최저치로 거래가 시작되는등 국제환율불안정이 계속됐다.

앞으로 상당기간 이같은 달러저.엔고현상은 이어질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환율문제에서 만큼은 G7정상회담이 차라리 개최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일부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인플레없는 경제성장지속과 고용확대를 위해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가속화한다는 성장대책 역시 예년의 G7합의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무역문제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 대한 각국의 연내비준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를 예정대로 내년 1월1일 발족키로 결의했다.

무역과 관련해 한가지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G7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로 하여금 해외직접투자를 저해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할수 있는 규칙을
만들도록 합의한 점이다.

이는 앞으로 국제다자간무역협상이 각국의 외국인투자차별정책을 철폐
시키는 방향으로 집중될것임을 예고해 준다.

G7은 이밖에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원전해체와 러시아경제개혁을 위해
자금지원을 해주기로 합의했으나 당초 예상대로 별볼일 없이 회담을 마무리
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