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북한주석은 정말로 자연사한 것일까.

그렇다면 북한지도부가 김주석의 시신을 서둘러 부검한 이유는 뭔가.

석연치가 않다.

김일성은 북한측 발표대로 8일 새벽2시에 사망했을까.

김의 사망사실은 과거 공산독재국가의 통치자가 사망했을 때에 비해
이례적일만큼 신속하게 발표됐다.

2백명이 넘는 장의위원 명단도 마치 "미리 준비돼 있던듯" 사망사실 공표와
거의 동시에 공표됐다.

김일성의 영결식때 외국조문사절을 받지 않는다는 북한 발표는 또 뭔가.

국제관례를 깨뜨리는 조치임을 북한측이 모를리 없다.

왜 그랬을까.

"후계자"는 과연 김정일인가.

왜 그는 김주석사망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가.

혹시라도 김주석의 급사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김정일의 후계 권력기반은 탄탄한가.

그는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걸까.

김일성의 "돌연한" 사망이 발표된 이후 이런 저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어느 의문이건 명쾌하게 풀어줄 "답"은 아직 없다.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분명한건 이런 의문들이 속시원히 풀리지 않고는 북한정정은 물론 남북한
관계의 향후 구도를 설정하는데도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북한측 발표및 보도문, 북한내 소식통들을 인용한 서방언론보도와 국내
정보기관의 분석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이들 의문을 풀어갈 실마리를
열어본다.

<>의문 1: 북한측이 김일성시신을 부검한 이유는.

신격화돼있던 김의 시신을 해부한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불경"일
수도 있다.

이는 과거 공산독재국가에서 통치자가 사망했을 때 부검까지는 하지
않았었음(적어도 공식발표로는)에 비춰봐도 큰 의문으로 남지않을 수 없다.

예컨대 구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모택동주석이 사망했을 때 부검없이
사망사실만 주치의들이 확인했을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김의 시신을 신속히 부검한 것은 북한지도부내에서 김의 돌연한
사망원인을 둘러싸고 모종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다.

물론 해부결과는 김주석의 지병인 심근경색에 심장쇼크가 합병증으로
일어난게 사망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게 북측 발표다.

과연 그럴까.

<>의문 2: 사망사실을 비교적 신속히 공표한 이유는.

과거 구소련이나 중국 알바니아등 공산독재국가들은 통치자의 사망을
빨라도 2-3일, 심할 경우 1주일씩 숨기기도 했다.

독재자의 사망사실 발표로 일어날 수도 있는 대내외적인 혼란을 최소화할
일정한 "정지작업기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런 사정은 북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북한의 경우 김의 급사가 주는 충격은 더 클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핵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아들인 김정일을 제치고 자신이 직접 이
문제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북한지도부로서는 김의 돌연한 사망에 대해 어느정도 "상황정리"가 필요
했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북측은 김이 사망한지 34시간만에 2백76명에 이르는 장의위원을
발표하는등 "주도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혹시 누군가 권력내부에서 김을 살해한 뒤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가
있기에 이처럼 신속한 수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해 보는게 무리한
것인가.

<>의문 3: 김일성의 사망에 김정일이 관계돼 있다면 그의 권력세습이
순조로울 수 있을까.

일부 서방전문가들은 김일성의 사망을 "모반에 의한 피살"로 의심하고
있다.

그 경우 1차적인 혐의점을 아들인 김정일에게 두고 있다.

최근 핵문제를 둘러싸고 김부자간에 "험악할 정도"의 의견대립이 있었고
이에따라 중요국가정책 의사결정에서 김일성이 김정일을 거의 무시하고
있었다는게 북한관측통들의 분석이었다.

자신의 후계구도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김정일이
남북한정상회담-북미고위회담등 자신의 입지를 헤칠지도 모를 일련의
정책노선을 뒤엎기 위해 "거사"를 단행한 것일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이같은 "궁정쿠데타"를 저질렀다면 오히려 그의
권력기반이 의외로 탄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대한 지지세력이 모반을 성공시킬 수있을 만큼 강력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들의 "공동거사"를 숨기기 위해서도 일사불란하게 지도부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이같은 가정들은 김일성의 사망이 워낙 "돌연한 것"이었기에 제기되는
것이다.

북측 발표대로 김의 사망이 심근경색에 의한 병사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가들도 많다.

그렇더라도 김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은 당분간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자는 말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