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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사망으로 북한정권의 장래는 매우 불투명해졌다.

후계자 김정일의 지도체제하에서 김일성체제 못지않은 철옹성의 독재국가로
계속 남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동유럽공산국가들처럼 내부혼란을 겪으면서
붕괴되고 말것인가.

이 초미의 의문에 대해 미국무부 외무연구센터 고문이자 세계은행고문인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박사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일성없는 북한은 머잖아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의 최근 저서 "한반도통일로 가는 길"중에서 북한장래를 설파한 "김일성
이후 북한정권의 앞날" 부분을 요약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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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없는 김일성주의를 제대로 계승하기란 후계자 김정일에게는 냉엄한
도전일수 밖에 없다. 김정일이 이 일을 해낼수 있을까.

김정일의 성공여부를 추정해보려면 그의 능력과 북한내부의 정치경제실상을
먼저 파악해 봐야 한다.

김정일이 어떤 인물인지는 외부세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에 대한 추측과 풍자만 무성할 뿐이다.

영리하고 감수성이 강하며 철저한 보호아래 성장했으며 자수성가한 절대
강자의 장남이라는 사실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북한내부를 들여다보는 렌즈를 통해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김정일에
대해 세가지의 관찰결과를 얻고 있다.

첫째 북한의 국내외난제는 정권자체의 정책에서 비롯됐지만 이 난제들이
김정일의 역할이 커진 것으로 알려진 시기에 가속화됐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북한은 그동안 김정일에게 국가원수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면서
외교방향도 이지위에 상응하는 국제적예우를 받을수 있도록 노력해 왔지만
그 자신은 서방정부대표나 언론매체와의 형식적 접견도 애써 피해 왔다.

이는 그가 부친 김일성의 그늘아래서 온실속의 화초처럼 커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김일성없는 북한체제를 그가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준다.

셋째는 동유럽공산주의의 충격적인 붕괴이후 상당기간 김정일은 공개석상
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데타나 권력구조변화가 일어나 예정된 김정일의 승계코스
를 중단시키거나 훼방할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확실하게 멸망하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

49년간 지속돼온 북한정책은 "국가는 김일성이고 김일성은 국가"라는
단순한 주체성아래 기능해왔다.

이처럼 폭이 좁은, 개인에 바탕을 둔 정권구조안에서는 어떤 권력승계자
라도 권위를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김정일개인의 문제점과 외에 북한의 경제상황이 너무나 암담해 김일성없는
북한정권이 조만간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수 있다.

앞으로 북한경제는 나아질 가망이 거의 없다. 정권출범초기에는 한국보다
빠른 성장을 누렸지만 이제는 물질생활 향상을 도모할만한 기회가 모두
사라져있는 상태이다.

성인인구를 철저히 동원한 결과 공장이나 농장, 병영에 보낼 잔여노동력이
더이상 없으며 현싯점에서 추가투자를 하려면 군비지출을 대폭 감축하거나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군비는 신성불가침이고 소비는 이미 줄일수 있는데까지 줄였다.

특히 동유럽의 변혁과 구소련의 붕괴로 북한경제는 우방국들과의 교역체계
가 무너지는등 예기치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와의 절대교역량은 격감했고 구바르샤바조약국들과의 교역량도 이전
에 비해 3분의 2가 줄었다.

이 갑작스런 통상와해의 영향은 파멸적이었다.

북한은 질이 낮은 기계류와 소비재를 내다팔 시장을 상실했고 구소련에서
도입한 설비와 사회간접시설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부품과 장비, 에너지를
구할수 없게 됐다.

그결과 북한곳곳에서 식량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김정일정권이 광범위한 자유화를 단행하면 북한경제를 소생시킬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정권은 지금까지 이것만은 철저하게 거부해 왔으며 후계자인
김정일도 이 조치를 취할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자유화조치는 북한정치체계를 망칠수도 있는 만큼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김정일에게도 어림도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경제가 위기를 맞아 조금도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일선에서의 행동과 변화는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기위한 법이 마련됐고 경제특구도 조성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같은 대응책만으로 당장의 경제난제를 풀기에는
부적합하며 역부족이라는 사실이다.

북한정권이 지금까지 경제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으며 그럴 의사를 내비친 적도 없다.

임시변통만으로는 현재 처해있는 긴박한 상황으로부터 북한경제를 구해낼수
없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역사에서 얻은 교훈은 "개혁"은 곧 죽음이라는 사실
이다.

그래서 북한은 앞으로도 개혁같은 것은 맹세코 배제하고 완강하게 현상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현상유지는 북한주민의 고통을 더욱 강요하게 될것이고 고통의 장기화는
내부의 불만을 점차 고조시키게 된다.

불만완화를 위해 김정일정권은 더욱더 강한 독재정치를 실시하든가 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 둘다 북한정권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이다.

김일성이후의 북한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최고권력이 예정대로
아들인 김정일에게로 승계되지 않고 권력주변의 일부계파, 예를 들어 군부가
대신 물려받게 될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경우 북한은 얼마동안 독립되고 정치적으로 존립가능한 국가로 남아있게
될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단기간동안 전제적다원주의정부로서 북한이 유지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수령(김일성)"과 혈연관계가 없는 정권찬탈자가 구체제를
완전히 계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권찬탈자들은 김일성일가의 실책이나 범죄를 폭로하는등 북한판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여 구체제안에서 자리를 굳히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운동은 그들이 손에 넣은 구체제의 잔존정통성을 깎아내려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즉 존립근거를 상실하고,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비무장지대너머로부터
피할길 없는 남한의 인력이 작용해오는 상황에서 새체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따라서 김정일이 정권을 완전히 장악해 과감한 개혁을 하든 부친 김일성의
정책을 답습하든, 아니면 군부같은 다른 세력이 정권을 잡든 북한체제는
머지않아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현상황하에서는 기존체제의 일부교체나 정책조정만으로는 한반도
북부에 독립된 공산국가가 오랜동안 살아남을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 한반도와 세계의 "힘의 상관관계"는 극단적으로 북한에게 불리한
상태에 있다.

김일성의 사망은 "김왕조"의 단절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가장 구체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북한체제의 붕괴는 먼 훗날의 가능성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염두에 둬야할 것이 있다.

한반도사태(북한혼란)가 막판에 다다르면 북한은 지난 30년간 비축해 놓은
공포의 무기를 나쁘게 처분할 수 있다.

북한은 지금 황혼녘에 있다.

이 북한의 황혼이 한반도전체와 나아가 동북아지역에 어둠을 드리우지
못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정리=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