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북한주석이 돌연 사망했다. 49년 철권통치의 막이 급작스레
내려졌다. 예기치 못했던 한 "거물"의 사망소식으로 세계의 관심은 다시
한반도로 쏠렸다.

한쪽에서는 "민족의 영웅"으로, 다른한쪽에선 "철천지 원수"로 극단적
평가를 받았던 김일성. 그가 생전에 뉴스메이커로서 받은 주목만큼 그의
죽음이 몰고올 기류변화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 또한 지대하다.

김일성 사후의 북한은 어디로 가게될까. 개방의 길을 택할까, 아니면 더
철저한 고립의 몸부림을 치게될까.

아무도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해줄수 없겠지만 한반도의
한쪽 당사자인 우리의 관심과 궁금증은 더욱 증폭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당장 우리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중 하나가 "남북정상회담"의
향방이다.

예정대로라면 온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김영삼대통령과 김주석의 평양남북
정상회담은 불과 16일을 앞두고 있었다.

김주석의 사망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떠했던 많은 사람들이 일면
아쉬움의 여운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도 바로 그때문일 것이다.

그런 감정은 청와대도 예외가 아닌것 같다.

김영삼대통령은 9일 김주석의 사망소식을 접하며 "보름후면 만나서 민족의
장래를 논의할 예정이었는데-"라며 "아쉽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청와대는 김주석의 사망이 남북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각각의 경우에 따른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북한의 향후태도와 관련 청와대가 예상하는 가능성은 대체로 다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북한이 김주석 사망에 상관없이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를 원할
경우다.

둘째는 회담시기를 일단 연기한후 내부사정이 안정된후 재개를 요청해올
가능성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모든것을 백지화 할 경우 등이다.

이 세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청와대관계자들은 일단 첫번째의 가능성은
거의 배재하고 있다.

북한의 당면과제가 내부의 권력안정에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당분간 어떤형태든 혼란을 겪을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갖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주돈식 청와대대변인도 "회담의 상대방이 없어졌는데..."라며
예정대로의 남북정상회담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홍콩언론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청와대는 "신빙성 없는 보도"라며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남북한간에는 이홍구총리와 김용순대남담당비서간에는
공식채널이 연결되어 있다"며 "공식적인 연락이 없는 상황에서는 논평할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북한의 태도가 두번째와 세번째 가능성중 어느쪽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정부관계자들도 단언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전적으로 북한의 내부사정 진전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권력내부의 혼돈상황을 빠른시일내 수습하고 민족의 장래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재추진 해줄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물론 북한이 정싱회담을 통한 개방의 대세에 반드시 따라올것임을 확신
하는측도 적지 않다.

북한이 처해있는 상황의 한계를 생각하면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문제일
뿐 결론은 이미 나 있다는 것이다.

핵문제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의
경우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 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
에는 보다 유연한자세를 보일 여지가 많아 보이기는 하다.

우리에 대해서는 흡수통일의 불안을 필연적으로 느낄수밖에 없는데 비해
미국등과의 관계개선은 궁극적으로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9일의 제네바회담은 일단 김주석의 사망소식과 함께 중단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곧 "동결"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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